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5, 8, 11월과 올해 2월에 이어 5번 연속으로 낮췄다. OECD(1.6%), IMF(1.5%) 등 주요 국제기구의 전망보다도 비관적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를 밑돌고 반도체 업황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는 연 3.50%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한은은 어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5차례 하향 조정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1.1%포인트 내려갔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2.5%에서 2.4%로 내렸다.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 불안이 확대되면 성장률이 올해 1.1%, 내년 2.1%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도체 수출이 휘청거리면서 이달까지 수출 감소는 8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는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배에 이른다. 하반기에 경기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구조적 저성장의 터널을 탈출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은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딜레마를 극복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은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복원하는 것뿐이다. 어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모인 전직 경제부총리·장관들도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며 구조개혁과 재정 건전성 확보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재정·통화 등 단기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기초 체력을 키우지 않고 금리 인하와 재정 확장을 통해 돈만 푸는 것으론 장기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