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章臺)의 버들, 장대의 버들이여. 지난날 푸르름이 지금도 여전한지?
그 긴 가지 옛날처럼 드리웠대도, 분명 남의 손에 꺾여 들어갔으리.
(章臺柳, 章臺柳. 昔日靑靑今在否. 縱使長條似舊垂, 也應攀折他人手.)
― ‘장대류·유씨에게 보내다(章臺柳·寄柳氏)’·한굉(韓翃·당 중엽·생졸 미상)
장안의 버들은 예전처럼 푸르름이 살아 있을까. 길게 늘어뜨린 그 멋진 모습을 간직했다면 누군가가 이미 꺾어가진 않았을까. 절도사의 막료로 요령(遼寧) 지역에 머물던 시인은 안사의 난으로 혼란에 빠진 장안의 소식이 너무나 궁금했다. 버들의 안부를 반신반의하며 불안을 떨구지 못한다. 버들이 지금껏 푸르름을 간직했으리라는 믿음과 함께, 바로 그 푸르름 때문에 남에게 쉬 꺾일 수도 있다는 아찔한 모순. 한데 시인은 왜 한갓 버들에 이토록 조바심을 칠까. 애첩의 성이 ‘버들 유(柳)’―유 씨였다. 난리 통에 장안에 혼자 남은 여자의 안위 걱정에 하루하루 끌탕을 하며 지낸 그였다. 당시 유 씨는 비구니로 가장해 절에서 지내다 반란 진압을 도우러 온 오랑캐 장수 사타리(沙吒利)에게 끌려갔고, 시인은 이 일로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도 요행을 바라는 심정으로 시인은 인편에 여자에게 시를 보낸다. 낙담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 기대를 품은 채.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