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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돈봉투 체포안’ 갈등… 친명 “부결” 비명 “후폭풍 어쩌려고”

입력 | 2023-05-26 03:00:00

윤관석 등 체포안 30일 본회의 보고
친명 “檢망신주기, 휘둘려선 안돼”
비명 “부결시 도덕성 논란 더 커져”
비명 ‘개딸 공격중단’ 결의문 제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가 여야 대표 식사 회동을 거절했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국민들이 안 그래도 힘든데 여야 대표가 만나 밥 먹고 술 먹고 하는 것보다 정책에 관한 얘기를 하자고 했더니 그건 안 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윤관석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임시국회에서 열릴 첫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민주당 내에선 벌써 이견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비명(비이재명)계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다수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까지 부결되면 당의 도덕성 논란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체포동의안 가결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일부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은 “두 의원의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부결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어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 친명 “부결돼야” vs 비명 “부결 시 후폭풍”
국회법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이후 첫 본회의에 상정되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국민의힘(113석)과 정의당(6석) 의원들이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167석) 의원 중 30∼40여 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가결되는 것이다. 가결 시 법원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열어 구속 여부를 판단하고, 부결되면 영장은 별도 심문 없이 기각된다. 앞서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두 번 연속 부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의원이 이미 탈당한 만큼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별도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 투표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당 내부에선 비명계뿐 아니라 다수 의원이 내년 총선을 고려해 가결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비명계 수도권 의원은 “돈봉투 사건과 코인 의혹 등 당에 도덕성 악재가 터진 이후 특히 수도권에선 위기가 피부로 체감된다”며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온정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두 의원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이라는 증거가 있어서 이 대표와 노 의원 때처럼 무조건 ‘정치탄압’이라고 보기도 어렵지 않으냐”고 했다.

반면 한 친명계 수도권 의원은 “증거가 녹취록밖에 없다. 검찰의 망신주기식 구속영장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친명계 강경파인 안민석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조금 의심이 간다고 구속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국회의원은 반의 반도 안 된다”고 했다.

친명계 내부에선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향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추가로 국회로 넘어왔을 때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감지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 올 수도 있으니 당 입장이 부결로 일관적인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다른 친명계 의원은 “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이 대표를 겨냥한 ‘방탄 정당’ 프레임만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 비명계 ‘개딸 공격 중단’ 결의문 제안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당의 쇄신을 요구한 청년 정치인들을 향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이 도 넘은 공격을 하고 있는데, 당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비명계인 홍영표 의원은 의총에 앞서 이런 내용의 결의문을 의총 안건으로 올리자는 제안서를 돌려 의원 28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다만 강경파 김용민 의원 등 일부 의원이 “청년 정치인도 본인의 말과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데, 결의안까진 과하다”고 주장하면서 결의안 채택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강성 지지층의 공격 행위는 민주당을 해치는 행위라는 데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며 “결의문이 아닌 대변인이 브리핑하는 방식으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했다.

의총에선 대의원제 폐지 문제를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과 김용민 의원은 각각 대의원제 폐지와 대의원제 비율 조정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해철, 김종민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잇달아 “대의민주주의를 위해 폐지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