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스포츠 국가대표 임지호의 꿈 팔다리 남들보다 긴 것도 약점 몇 배 더 노력해 완벽에 가까워져… 10월 세계선수권 한국 첫金 기대 훈련 파트너 박기은도 기량 쑥쑥
한국 폴 스포츠 국가대표 임지호(아래)와 박기은이 2일 경기 용인 VMA폴댄스 훈련장에서 ‘밸런스 페이싱(Balance Facing)’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임지호는 지난달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주니어 부문 1위로 5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았고, 박기은도 노비스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임지호와 박기은은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폴 스포츠 첫 메달에 도전한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폴 스포츠 국가대표 임지호(15·소현중 3년)는 2019년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다한증 진단을 받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폴 스포츠는 높이 4m인 황동 폴(pole·기둥) 위에서 근력과 유연성을 이용해 각종 동작을 펼치는 종목이다. 동작에 성공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공중에서 최소 2초를 버텨야 한다. 중력 그리고 땀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슈퍼맨 포지션(Superman Position).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진희 한국폴스포츠협회장(41)은 “다한증만 문제가 아니다. 폴 스포츠는 회전 시 무게중심이 안으로 향해야 안정적으로 기술을 펼칠 수 있는데 지호는 남들보다 팔과 다리가 길어서 폴 스포츠를 하기에 적합한 신체 조건은 아니다”라며 “남들보다 몇 배를 노력해 이 모든 약점을 이겨내면서 누구보다 강력한 정신력까지 갖추게 됐다. 앞으로 점점 더 완벽함에 가까운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돌핀(Dolphin).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임지호는 2018년 취미로 폴 스포츠를 처음 접했다. 그러다 이듬해 한 TV 프로그램에 김수빈(16)이 ‘폴 스포츠 영재’로 출연한 걸 보고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임지호는 “수빈 언니가 양손으로 폴을 붙잡고 두 다리를 들어 버티는 ‘아이샤(aysha)’ 동작을 10초 이상 해내는 걸 보고 ‘내가 더 잘하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겼다”면서 “그때 나는 아이샤를 1초도 버티지 못했다. 그날부터 학교 운동장 철봉에 매달려 온종일 아이샤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레미싯(Remy Sit).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박기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38.8점으로 출전 선수 30명 중 21위에 그쳤지만 이후 기량이 급격히 발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기은은 보통 1년 넘게 걸려야 배울 수 있는 ‘이글’(eagle·폴에 매달린 채 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려 손으로 잡는 기술) 동작을 2주 만에 마스터할 정도로 몸이 유연한 게 장점이다.
제미니(Gemini).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용인=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