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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D램 시장…SK하이닉스, 10년만에 2위 내줬다

입력 | 2023-05-26 11:16:00


메모리 반도체 한파 속에 전 세계 D램 시장이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미국 마이크론에 밀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3위로 내려 앉았고, 삼성전자는 1위는 유지했지만 점유율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위로 올라선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반도체 반입 금지 조치로 2분기 이후 또 다시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날 올 1분기(1~3월) 메모리 반도체 D램 전 세계 매출이 전분기 대비 2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3분기 연속 하락한 수치로, 지속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매출 감소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시장점유율 27.6%로 2위였지만 올 1분기에는 23.9%를 기록, 28.2%의 마이크론에 자리를 내주고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밀린 건 2013년 4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매출 감소폭 역시 가장 컸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23억1200만 달러로, 전분기 33억8600만 달러에 비해 31.7% 감소했다.

2위에 올라선 마이크론은 1분기 매출 27억2200만 달러로 전분기 28억2900만 달러보다 감소했지만 그 폭은 3.8%로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감소폭이 적었다.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43.2%로 1위는 수성했지만 전분기 45.2%에 비해 2.0% 감소했다. 1분기 매출은 41억7000만 달러로, 전분기 55억4000만 달러에 비해 24.7%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길어지면서 D램 가격 하락 속 업체별 다른 판매 전략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D램 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파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 역시 “평균판매단가(ASP)는 3사 모두 떨어졌지만 출하량에서 마이크론 홀로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 수요 활성화가 예상보다 부진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시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제품을 사지 않고 기존 재고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중국 비중이 큰 업체들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중국 지역 매출은 전분기 대비 46.7%, SK하이닉스는 59.5% 줄었다. 이는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순위 변동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당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4~5% 수준의 근소한 차로 SK하이닉스가 앞서왔고, 이번에 뒤집힌 격차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다음 분기에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반입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전체 수익 중 10% 정도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 그 빈자리를 한국 업체들이 채우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D램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주요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 글로벌 D램 전망치를 공급과잉에서 수요초과로 바꿨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시점은 3분기(7~9월) 이후로 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