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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비리’ 처음 법정 선 김성태 “모든 책임은 다 나에게 있어…김태헌 등은 내 지시로 움직인 것”

입력 | 2023-05-26 13:04:00

지난 10일(현지시간) 태국 골프장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CBS노컷뉴스 제공) 2023.1.12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26일 처음 법정에 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책임은 다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신진우)는 26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는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태헌 재경총괄본부장도 김 회장과 함께 첫 재판을 받았다.

황토색 반팔 수의를 입고 검정색 시계를 차고 등장한 김 전 회장은 공판 진행 상황마다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본인의 변호인이 변론 요지를 설명하는 것에 대해 집중해서 듣다가 중간중간 다른 변호인과 상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달라고 따로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전 회장의 첫 마디는 “변호인과 잘 상의해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였다.

그러면서 “양선길은 저의 사촌형이고 김태헌은 매제”라며 “큰 틀에서 비상장 법인 등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본다. 김태헌 등은 다 저의 지시를 받고 진행한 것이라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회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현재 구속되고 압수수색됐다”며 “저는 경영에 다시 관여할 수 없지만 이런 부분들을 재판부에서 참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 전 회장의 발언에 앞서 김 전 회장의 변호인측은 △비상장사 횡령 △계열사 부당지원 배임 △쌍방울 30억 횡령 △허위급여 횡령 △전환사채 발행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의 혐의에 대한 변론 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 중 △허위급여 횡령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인정’하고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측은 전체적으로 자금의 출처 자체가 김 전 회장 ‘본인의 자금’이기 때문에 이를 횡령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자금의 출처가 김성태 본인의 자금’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1인 법인이나 페이퍼 컴퍼니에서 자금을 집행한 것은 김 전 회장 본인의 의지이자 본인의 자본이기 때문에 손실이 나더라도 김 전 회장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향후 공판에서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쌍방울 그룹의 수십 억 원 상당 달러 밀반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추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2.10.17. 뉴스1

변호인은 특히 “김 전 회장 공소장에 김 전 회장을 기업사냥꾼으로 지칭하거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장황하게 기재했다”면서 “이는 재판부로 하여금 피고인에 대한 불리한 예단을 만들게 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라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 나만을 제출해야 하고 사건에 관해 법원에 예단을 갖게 하는 서류나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앞서 김 전 회장 측은 지난 11일 마지막 준비기일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된 △뇌물 △횡령 △대북송금 혐의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사실관계를 인정하나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 검사는 변호인측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 뇌물 등 일부 혐의에 대한 입장은 없어 검찰의 입증 계획 수립이 어렵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변호인측은 “현재 피고인은 이와 관련해 계속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변호인 접견도 잘 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은 사실관계는 어느정도 인정하기 때문에 검찰이 입증계획을 세우면 변호인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2023.1.17. 공항사진기자단

한편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의 변호인측은 뉴스1에 “어느 선까지를 법 위반으로 보고 어느 선까지를 사업의 행위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해 정리 중”이라며 “뇌물을 건넨 시점과 받은 시점 등 이 전 부지사와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올해 안에 1심에 대한 구형까지는 서둘러 진행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은 6월달 2일 열릴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스마트팜 비용등으로 800만달러를 해외에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도 약 3억3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 및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2억6000만원 상당을 뇌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14∼2022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자금, 2019∼2021년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회사 자금 약 592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도 김 전 회장에게 적용했다.

양 회장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358억원 상당의 회사자금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씨도 김 전 회장의 배임 및 횡령 등 혐의 공범으로 기소된 뒤 이 사건에 병합돼 같이 재판받는다.

(수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