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6일 광주 북구 한 길가에서 황일봉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2023.5.26 뉴스1
광주와 5·18희생자들에게 사죄하고 전 대통령 전두환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씨가 26일 광주에서 세번째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두번째 방문 후 단 일주일 만이다.
전우원씨(27)는 이날 오후 5시쯤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전씨 동행은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에서 맡았다. 단체 회원이 직접 서울까지 가서 전씨를 안내해 함께 기차를 타고 광주로 왔다.
전씨가 광주에 도착하자 마자도 5월단체 회원들이 그를 환영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이 각각 그를 안아주거나 악수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김길자 여사는 5·18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 시민군으로 항쟁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다.
두 사람은 전우원씨가 처음 광주에 와 사죄했던 지난 3월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열린 ‘5·18유족,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행사 당일 전우원씨와 함께 단상에 올라 “큰 용기를 낸 전우원씨에게 감사하다. 그동안 얼마나 두려웠을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통이 뒤따랐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그간 얽힌 실타래는 차분하게 풀어나가고, 5·18의 진실을 밝혀 화해의 길로 나아가자. 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한 분이 김 여사였다.
이날 김 여사는 전우원씨가 집 앞으로 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곤 대문 밖으로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씨가 차에서 내리자 곧장 달려가 손을 맞잡곤 “잘 있었어? 오는데 고생했어” 인사했다.
지난 3월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가 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씨를 사죄하며 안고 있다. 2023.3.31 뉴스1 ⓒ News1DB
김길자 여사는 취재진에게 “(전우원씨를)여러 차례 만나니 마치 아들 같다”며 “세번의 공식 일정 중에는 첫 만남(3·31)과 ‘오월어머니의 노래’ 음악제 행사(5·19), 오늘까지 다 봤다. 방송사 인터뷰와 망월동에서 만난 것 등 비공식 일정까지 포함하면 다섯번인지 여섯번인지 셀 수 없이 우원이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또 광주에 왔으니 반갑다. 가장 먼저 이리로 왔다니 고맙다”며 “(제가)옆에서 챙겨주겠다. 마침 저녁시간이라 지금 돼지갈비를 먹이러 가려고 한다. 오늘 잘 곳이 없다고 해서 제 집에서 재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우원씨는 앞으로 3박4일간 광주에 머물면서 5·18 사적지 방문 등 관련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날인 27일 늦은 오후 공로자회가 주최하는 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공식일정이 시작될 예정이며 이후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미공개다.
당시 그는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도청 지킴이 어머니들과의 만남, 전일빌딩245 방문 등 일정을 소화했다.
두번째 방문인 지난 17일에는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추모식과 전야제 등 행사에 참석한 뒤, 18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 묘역) 참배와 5·18 최초 발원지 전남대학교 등을 둘러봤다. 또 19일에 오월어머니들이 출연하는 노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