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감의 순간/신진호 지음/128쪽·1만8000원·남해의봄날
커다란 버드나무 곁 봄바람을 맞을 때 살랑거리는 마음, 총총 별 박힌 겨울 밤하늘 아래 와락 끌어안은 품속 온기…. 일상 속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들을 그림으로 길어 올리자 잿빛인 줄 알았던 하루도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일상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에 토막글을 곁들인 그림 에세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2017∼2022년 작업한 일러스트 56점이 실렸다.
스스로를 ‘일상 여행자’라고 부르는 작가는 “하루하루 함께하는 풍경을 우리는 특별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며 “같은 풍경과 사물이라도 낯설게 바라보면 특별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일러스트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 소중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친구들과 동네 공사 현장에서 숨어 놀던 어릴 적 추억부터 딸과 남해에 놀러가 섬을 바라보던 시간까지 다양하다. 빨강, 노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색이 한꺼번에 등장하지만 부드러운 색조와 둥근 붓터치, 그 위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종이 질감 덕에 촌스럽기보단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