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게 직무정지와 과징금·과태료 10억 원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리 전 대표는 이른바 ‘동학개미의 멘토’라고 불릴 정도로 주식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다. 초대형 주가조작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는 주가 급락 직전 문제 종목이 대량 매도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숨겨져 있던 증시의 부패상이 줄줄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리 전 대표는 지인이 세운 개인 간 금융(P2P) 업체 지분 6%를 부인 이름으로 차명 보유하고, 메리츠자산운용 사모펀드로 이 회사에 투자한 게 문제가 돼 지난해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차명 지분이 비상장 주식이어서 신고 의무는 없지만, 금감원은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주의적 경고 조치를 했다. 또 자기 유튜브를 통해 회사 펀드상품을 무단 광고한 데 대해선 중징계 처분을 했다. 유튜브, 강연 등을 통해 주식 투자 만능론을 설파해 ‘존봉준’이란 별명까지 얻었지만 증시의 기초적인 룰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최근 메리츠증권도 석연치 않은 거래로 의혹에 휩싸였다. 이달 11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는데,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 보유했던 이화그룹 계열사 이아이디의 주식을 모두 처분해 160억 원의 수익을 냈다. 반면 ‘2차 전지’ 테마로 급등했던 이아이디 주식은 김 회장 구속 후 폭락하고, 거래까지 중지되면서 개미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봐야 했다.
최근 드러난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우리 자산시장의 수준을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증시 선진화의 꿈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건전한 투자자를 우롱하는 주식시장의 위법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