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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공계 인재지원 ‘찔끔·재탕 대책’… ‘첨단 한국’ 미래 있겠나

입력 | 2023-05-27 00:00:00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26/뉴스1


정부가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열고 이공 분야 인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회의다. 2월 1차 회의 때 인재 양성 분야로 반도체 등 5대 핵심과 22개 기술을 정한 데 이어 이번엔 전반적 인재 지원책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상당수의 대책이 기존 정책을 약간 확대하는 수준이어서 획기적인 이공계 강화책이라고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박사후연구원을 대학 구성원으로 인정해 지원키로 했지만 구체적 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들의 세전 수입은 연평균 3500만 원에 불과하다. 교수 수준의 대우를 받는 미국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또 대학원생이 연구와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인건비와 연구장학금을 올렸으나 각각 50만∼30만 원씩으로 용돈 수준 인상에 그쳤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 학과에 들어갔다가도 자퇴하고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연간 1000명이 넘는다. 학력 상위 1% 학생들이 ‘정년 없이 안정적 고소득을 올리는’ 의사의 길로 모두 몰려가지 않게 하려면 의사만큼은 아니어도 경제적 안정감을 느낄 정도까지 급여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공계 분야 우수 인재 확보 없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인재 확보 현실은 참담하다. 반도체 인력은 2031년까지 12만7000명이 더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 인력이 5만여 명에 그친다.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는 2028년까지 4만 명의 기술 인력이 모자라고, 배터리 분야도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이 1000여 명 더 필요하다.

‘제2의 내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부가 역점을 두겠다고 밝혀온 회의에서 ‘재탕’이나 다름없는 ‘찔끔 개선책’이나 늘어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회의에선 인재 양성의 인프라, 지원 규모, 일자리와 창업 보장 등에서 ‘의대 쏠림’의 물꼬를 실제로 돌릴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각국이 첨단 분야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첨단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