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 대중화 앞당기는 ‘위로보틱스’… 모터 1개로 작고 가벼운 로봇 구현 허리띠처럼 두르면 무게감 거의 없어… 보행보조-운동 모드 모두 가능 근로자용 허리 보조 로봇도 개발… 팔과 손 근력 돕는 로봇은 개발 중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창업… “누구나 로봇 도움 받을 수 있어야”
모델이 보행 보조 착용형 로봇을 입고 산길을 걷는 모습.
● 걷기 불편할 때는 물론 운동할 때도 사용 가능
18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위로보틱스 연구소에서 이연백 공동대표(왼쪽)가 김용재 공동대표가 입은 보행 보조 착용형 로봇의 각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옷처럼 편한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한다. 용인=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현재 경기 수원시 영통구 보건소와 함께 노인 운동 프로그램 사용성 평가를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8주 이상 사용하면 다리 근력이 40%가량 늘고, 균형 감각은 15% 이상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10년가량 더 젊은 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보행 보조 기능뿐만 아니라 힘을 더 쓰게 만드는 운동 보조 기능을 갖춘 것이 기존에 개발된 로봇들과 크게 다른 특징이다. 보행 보조 기능은 재활치료용으로 노인이나 뇌중풍(뇌졸중) 환자의 보행을 돕는 용도로 쓸 수 있고, 운동 보조 기능은 건강한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더 큰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휴대전화 앱을 통해 운동 보조 기능으로 바꿨더니 허벅지의 움직임이 제한돼 물속을 걷는 것처럼 저항감이 느껴졌다. 김용재 공동대표(49)는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 덕분에 기존 로봇들과 달리 운동 기능까지 갖춘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위로보틱스는 24일 이 로봇을 공개했다. 내년 1월 판매할 계획이다.
● 근로자용 허리 보조 로봇과 손-팔 보조 로봇
위로보틱스는 건설 현장과 공장 등에서 쓸 수 있는 ‘허리 보조 착용형 로봇(WIBS)’을 올해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공개했다. 등에 1.5kg의 장치를 메고 무릎 뒤쪽 부위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허리 부위를 보강하는 로봇이다.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척추에 가해지는 근육 부하를 최대 40kg까지 보조하는데 동력이 필요 없다. 특정 각도로 고정하는 기능이 있어 구부린 자세로 오래 일할 때도 유용하다. 다양한 신체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고, 보조력을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12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와 함께 자세 감지 모듈을 추가할 수도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연구과제인 ‘수요맞춤형 서비스 로봇 개발 보급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대우건설 현장에서 시험 적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물류 현장에서 상하차 작업 등에 적용 중인데, 착용 후 경미한 부상 위험은 44%, 허리 부상 확률은 13%가 줄면서도 작업량은 4.4%가량 증가했다”고 했다.
● “삼성전자에서 함께 연구한 인연으로 창업”
노창현 재무최고책임자는 고려대 전자공학 석사로 삼성에서 20년간 로봇 구동기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최병준 최고운영책임자는 성균관대 기계공학 박사로 삼성에서 10년간 로봇 센서 및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임복만 팀장은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로 삼성에서 14년간 로봇을 개발한 보행 제어 전문가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원 시절 어르신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4∼8주 동안 주 2회 1시간 정도만 걷기 운동을 해도 자세가 바르게 되면서 자신감을 되찾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웨어러블 로봇을 더 고도화하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대표와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20여 년 전 로봇 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하면서 연구자가 늘었고, 지금은 그들이 학계와 산업계로 퍼져 나가 로봇 생태계가 형성됐다”며 “그 생태계의 일원으로 대중이 좀 더 친숙하게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위로보틱스는 웨어러블 로봇을 재활치료실이 아닌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자사 제품에 ‘웨어러블 모빌리티(입는 이동수단)’라는 이름을 붙였다. 차나 휠체어에서 내려서 걷는 ‘마지막 1마일’에서도 불편함을 없애고, 건강한 사람이 더 높이 오르거나 더 멀리 걸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용인=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