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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이재명 TV토론 성사…‘대화·타협 정치’ 신호탄되나

입력 | 2023-05-27 08:07:00

金 "李가 회동 거절" 보도로 급속 진전
오염수·집시법…쟁점현안 인식차 극심
직회부-거부권 고착…尹두고 정쟁일듯
2년전 '송이대첩' 사례…큰성과는 없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화와 타협 정치의 계기를 마련했다. 당대표간 식사를 놓고 파열음이 일자 민주당이 ‘정책대화’를 제의했고, 국민의힘은 ‘당대표간 TV토론’을 역제안해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 당대표간 직접 소통이 협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대표간 대화의 발단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5일 양당 대표간 격주 회동이 유명무실해졌다고 밝히면서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옆자리의 이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했으나 이 대표가 ‘밥만 먹는 자리’라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곧바로 반응했다. 민주당은 “‘현안 의제를 정하고 여야 협치와 민생을 논의하는 실효성 있는 공개 정책 회동을 하자’는 취지로 회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밥 먹고 술 먹는 건 친구들과 하라”며 “공개적 정책대화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가 TV토론을 다시 제안하면서 양당 대표간 회동이 성사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동은 아직 요원한 가운데, 거대 야당의 법안 직회부와 소수 여당의 거부권 건의가 반복되는 ‘극한 대치’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양당 대표간 회동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쟁점 현안에 대한 양당 인식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양당이 가장 강하게 부딪히고 있는 지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이다. 여야는 외통위·운영위 등 유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연일 격론을 벌이고 있지만 접점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IAEA 최종 보고서와 정부 현장시찰단 조사 결과 등 과학적 결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민주당은 독자적 시료 채취와 검증이 선행되지 않은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대국민 서명운동 등 장외투쟁도 공식화했다.

양당 대표 인식차도 뚜렷하다. 이재명 대표는 장외투쟁을 직접 지휘하고 있고, 김기현 대표도 한일정상회담의 직접적 성과인 현장 시찰단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입법 전쟁도 1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두고 윤 대통령과 야당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양당 대표간 토론은 이견 조정보다는 지지층에 호소하는 여론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쟁점법안인 ‘노란봉투법’을 다섯번째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당정은 직회부 법안마다 대통령 재의요구 건의를 의결하는 동시에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등 야권이 ‘위헌’이라고 반발하는 법안을 추진해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김기현 대표가 TV토론을 제의하자 환영 입장을 내면서 “민생과 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렵고, 외교와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도 크다”고 의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핵심 과업인 노동개혁과 ‘외교 정상화’에 힘을 쏟아왔다.

따라서 양당 대표의 논의 대상은 쟁점법안과 정부 경제·외교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의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결국 정책 토론보다는 윤 대통령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당은 과거 당대표간 TV토론 경험이 있다. 대선 정국이었던 2021년 7월부터 11월까지 송영길 전 민주당·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네 차례 TV토론을 벌였다. 이 전 대표 제의를 송 전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돼 ‘송이대첩’으로 불렸다.

토론 여건도 현재보다 좋았다. 대선 정국이었기 때문에 ‘당청’관계에서 여당 자율성이 컸고 양측이 모두 중도를 지향했다. 그러나 대선 쟁점과 언론중재법,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 현안에 관해 유의미한 이견 조정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남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