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나 높이 나는지~. 우리가 얼마나 멀리 날으는지~”
(정광태, 이태원 ‘도요새의 비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실려 궤도에 오른 ‘도요샛’은 무게 10kg에 불과한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Cubesat)’이다.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축구장만큼 큰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1000 kg이 넘는 대형위성에 비교하면 아주 작은 크기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초소형위성인 도요샛 4기가 지구 궤도에서 임무 중인 상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은 영어로 스나이프(SNIPE, Scale MagNetospheric and lonspheric Plasma Experiment)라고 불린다. 지구 자기장과 이온 전리층의 플라즈마 실험의 크기를 측정한다는 목표가 담긴 줄임말이 SNIPE다. 그런데 영어로 Snipe는 ‘도요새’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위성이라는 뜻의 ‘SAT’을 붙여 도요샛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 가장 작고 멀리 나는 새, 도요새의 비밀
도요새라는 이름은 초소형 인공위성에 그야말로 딱 맞는 이름이다. 도요새는 ‘가장 작고, 가장 멀리 나르는 새’로 유명하다. 우리 가요에도 도요새는 많이 등장한다. “마도요! 젊음의 꿈을 찾는 우린 나그네. 머물 수는 없어라~” (조용필 ‘마도요’)알락꼬리마도요. 화성환경운동연합 제공
경기 화성호 습지에 많이 찾아오는 ‘알락꼬리마도요’는 화성습지를 찾는 마도요의 40%를 차지하는 종으로 화성시를 상징하는 ‘시조(市鳥)’다. 이 새는 북극권인 시베리아에서 짝짓기와 알을 낳고, 남반구의 끝자락인 호주, 뉴질랜드에서 월동을 한다. 매년 2만7000km가 넘는 거리를 왕복해야하는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2019년 1월 호주에서 출발한 알락꼬리마도요의 위성추적 데이터.
호주에서 긴 월동기간을 보낸 이들은 3~5월이 되면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한다. 자기 몸무게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먹이를 먹어치우며 2주만에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난다.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되는데 출발 직전의 도요새를 만져보면 마치 물풍선처럼 출렁일 정도라고 한다.
날고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화성시 제공
알락꼬리마도요
겨울철 호주에서는 알락꼬리마도요가 돌아올 즈음이면 떠들썩한 축제를 연다. 종을 울리며 무사히 돌아온 도요새를 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4월이면 북반구로 떠나는 알락꼬리마도요 등 여러 도요새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며 모자를 흔들며 휘파람을 불고 기도문을 외우는 도요새 환송식을 진행한다고 한다.
화성습지 갯벌에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호주 멜버른 국립빅토리아미술관 앞 조형물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 갔을 때 국립빅토리아미술관 앞에 알락꼬리마도요와 비슷하게 긴부리를 가진 새의 모습을 표현해놓은 LED조형물을 보았다. 호주가 도요새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 도요샛 3기 ‘다솔’은 어디에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은 총 4기가 ‘완전체’인 군집위성이다. 4기가 우주에서 종대나 횡대로 늘어서 편대 비행을 할 예정이었다. 태양풍에 따른 ‘우주날씨’ 변화를 측정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전날 위성 분리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3호기(다솔)는 아직 교신이 안 됐다. 오전까지 연락이 닿지 않던 4호기(라온)는 수신에 성공했다. 도요샛(SNIPE)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도요샛(SNIPE)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도요샛(SNIPE) 기술검증모델.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당초 도요샛 4기는 횡대·종대 비행을 하며 우주 날씨를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여러 대가 있으면 더 기능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론적으로는 2기 이상이면 편대비행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