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은 태권도가 ‘올림픽 스포츠’로 정착하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50년은 태권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 가치를 둬야 한다.”
조정원 총재가 세계태권도연맹(WT) 창립 50주년을 맞아 “WT는 향후 50년은 세계 평화 등 사회적 책임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WT 제공.
2004년 6월 취임한 조 총재는 6선을 거쳐 20년째 WT를 이끌고 있다. 1973년 WT를 창설하고 초대 수장을 맡은 고 김운용 전 WT 총재(1931~2017·재임 기간 1973~2004)가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성장시켰다면, 조 총재는 올림픽 때마다 퇴출 후보로 거론됐던 태권도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립 당시 17개국이었던 회원국도 난민팀 1개를 포함해 213+1개국으로 늘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는 내년 파리 대회, 2028년 로스앤젤레스 대회까지 정식 종목 지위를 이어 간다.
조 총재는 ‘앞으로 50년’에 대해 태권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태권도의 발전도 꾀하면서 태권도를 통해 더 큰 희망과 꿈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총재는 오래전부터 태권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경희학원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1921~2012)의 아들로 경희대 총장 등을 지낸 조 총재는 1983년 경희대에 세계 최초로 태권도학과를 만들고 국내외 대학에 ‘태권도학’을 보급해왔다.
조 총재는 아버지 고 조영식 박사가 창설한 GCS 인터내셔널(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 총재도 겸직하고 있다. GCS 인터내셔널은 고 조 박사가 전 세계 평화와 사회 개혁을 위해 1978년 설립한 단체다. UN에 등록된 비정부단체(NGO)로, 현재 81개국의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WT 국가협회와 함께 세계 각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용품도 지원하면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WT가 최근 세계 평화를 화두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배경이다.
조 총재는 요르단 아즈락에 있는 난민캠프에 2016년부터 태권도와 한국어를 보급하고 2018년 캠프 내에 ‘태권도 아카데미’ 체육시설을 세워 레슬링 등 다른 올림픽 종목과 합동훈련 등 연계를 확대해왔다. 조 총재는 “태권도가 각 지역에 뿌리내리고 난민 어린이들이 태권도로 꿈을 키워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도 성장한다면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데 있어 여러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전자호구가 도입됐고, 경기장은 ‘사각’에서 ‘팔각’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펄럭이던 도복의 팔다리 라인도 예전에 비해 폭이 좁아졌다. 이런 변화를 주도해 온 조 총재를 향해 ‘일관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총재는 “‘무도(武道)’와 ‘스포츠’를 구분해야 한다”며 “무도로서의 태권도는 원형이 보존돼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다만 스포츠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그간 경기복이 바뀐 거지 도복이 바뀐 게 아니다. 축구 등 다른 스포츠도 그간 끊임없이 변하며 발전해왔다”고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