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28일 구속됐다. 피해자는 납치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참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모 씨(33)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를) 신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에게 애초 적용했던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 살인죄(최소 5년 이상)보다 형량이 무겁다.
데이트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헤어진 연인을 살해한 피의자 김모씨가 28일 오후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금천구 금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05.28. [서울=뉴시스]
경찰은 A 씨가 김 씨를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했지만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해 접근금지 조치 등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경우 경찰의 판단에 따라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상대로 위험성 판단 조사를 했지만 고도의 (보복) 위험성이 나타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항 28개에 대한 피해자의 답변을 통해 보복 위험성을 5단계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소극적인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은 28일 오후 김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평생 속죄하고 살겠다”고 했다.
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손준영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