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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괌에 발 묶인 여행객 3400명, 전원 안전하게 데려와야

입력 | 2023-05-29 00:00:00


부처님오신날 연휴를 맞아 서태평양의 휴양지 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3400여 명이 슈퍼 태풍 ‘마와르’의 영향으로 현지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수일째 발이 묶여 있다. 다행히 공항 복구 작업이 예상보다 빨라져 오늘 오후부터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다고 하지만 워낙 고립된 관광객 수가 많아 모두 무사히 빠져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들이 전하는 현지 상황은 평화스러운 휴양지와는 딴판이다. 고급 호텔과 리조트도 지붕이 뜯겨 나가는 피해를 입어 상당수 관광객들이 마른자리를 찾아 호텔 연회실 또는 화장실에 수건을 깔고 생활하거나 렌터카 안에서 지낸다고 한다. 전신주가 쓰러지고 상하수도 설비도 작동을 멈춰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긴 곳이 많고, 식당과 식료품점도 대부분 문을 닫아 한국서 가져간 인스턴트식품과 교민들이 제공한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특히 노부모와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객들이 “분유와 기저귀가 떨어졌다” “아버지 혈압약을 구할 수 없어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어제까지 한인 교회와 민박집 등 임시 대피소 3곳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수용 가능 인원이 100명 남짓한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임시 진료소도 한국계 의사 1명이 지키고 있어 노약자 진료 및 혈압약이나 해열제 같은 필요한 약품 처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광객 전원이 귀국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지 당국의 협조를 얻어 임시 거처를 확보하고 식수 비상식량 상비약 발전기 등 구호물품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섬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의료기관 교통편도 확보해둬야 한다.

오늘 오후 현지 공항 운영이 재개되면 대한항공이 의료진을 포함한 신속 대응팀을 태우고 괌으로 떠날 예정이다. 열악한 현지 사정을 감안해 괌을 오가는 노선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등 고립된 관광객들의 귀국을 한시라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어디에서 어떤 어려움에 처하든 정부가 달려가 안전하게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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