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악영향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한국이 꼽혔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각국의 수출·수입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공급망 문제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가국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협정에 합의하는 등 국제 공급망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격화하고 있다.
국가미래전략원 분석에 따르면 해외 특정국에 의한 공급망 교란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을 측정한 ‘수입 취약성’ 면에서 한국은 세계 1위였다.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2∼4위였는데, 모두 중국과 가깝고 교역 비중이 큰 나라들이다. 반대로 자국 수출기업·제품의 지배적 지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좌지우지하는 능력을 뜻하는 ‘수출 권력’에서 한국은 11위에 그쳤다. 1위는 중국이었고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인도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수입 취약성이 큰 건 주력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 원자재를 해외 몇몇 나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원료는 중국,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대부분을 수입한다. 반면 한국이 빠지면 글로벌 공급망에 큰 구멍이 뚫리는 제품은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몇몇 품목에 불과하다.
더욱이 미국 한국 일본 등 14개국이 참여한 IPEF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할 네트워크를 창설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정부는 ‘디커플링’(공급망 단절)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용어가 됐건 중국에 지나치게 의지해온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변화다. 반도체 착시효과 때문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방치했던 무역 구조를 과감히 뜯어고쳐 위험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기약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