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에르도안, 언론 장악 극심한 물가-대지진에도 ‘선전’ 어제 사상 첫 대선 결선투표
28일 튀르키예(터키)의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사진)의 재집권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4일 1차 투표에서 당초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1위를 기록했고,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시난 오안 승리당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의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에 재집권을 확정 지은 뒤 임기 도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현재 69세인 그가 79세까지 집권할 길이 열려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제 심판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야권의 전략이 패착이었다고 진단했다. 야권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는 고물가에도 저금리를 고집하는 에르도안 정권의 비상식적인 경제 정책이 리라 가치 하락, 고물가 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무스타파 아크욜 연구원 또한 NPR방송에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체성 정치’와 ‘문화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오스만튀르크 시절의 영광 부활’을 외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민족 우선주의가 보수 유권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장기 집권을 통해 사실상 언론을 장악한 것도 그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을 만들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달 국영방송 ‘TRT뉴스’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보도한 빈도가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60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5만여 명이 숨진 올해 초 대지진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지진이 발생한 남동부 지역은 최대 도시 이스탄불 등과 달리 에르도안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