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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 前연인 보복살해’ 30대男 구속… “납치된 피해자 100분간 살아 있었다”

입력 | 2023-05-29 03:00:00

데이트폭력 경찰조사 1시간뒤 범행
“경찰 소극 대처, 피해 못막아” 지적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약 1시간 만에 전 연인을 살해한 김모 씨(가운데)가 2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법으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28일 구속됐다. 피해자는 납치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참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모 씨(33)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를) 신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에게 애초 적용했던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 살인죄(최소 5년 이상)보다 형량이 무겁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약 1년 동안 연인 관계였던 A 씨(47)가 21일 이별을 통보하자 A 씨 집 근처를 수차례 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전 4시경에는 PC방에 있던 A 씨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여러 차례 팔을 잡아당기자 A 씨는 오전 5시 37분경 김 씨를 데이트 폭력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김 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오전 6시 11분경 귀가시켰다. 이에 김 씨는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던 A 씨 차량 뒤에 숨어 있다가 오전 7시 17분경 A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범행 현장에는 목격자가 2명 있었는데 범행을 목격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김 씨는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태우고 있다”,“임신부다” 등으로 둘러댔다고 한다. 김 씨는 A 씨를 렌터카에 태워 경기 파주시로 갔는데 A 씨는 납치당한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김 씨를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했지만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해 접근금지 조치 등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경우 경찰의 판단에 따라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상대로 위험성 판단 조사를 했지만 고도의 (보복) 위험성이 나타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항 28개에 대한 피해자의 답변을 통해 보복 위험성을 5단계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소극적인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은 28일 오후 김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평생 속죄하고 살겠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