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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전세사기, 범죄와 사고 구분하고 제도적 해법 제시해야

입력 | 2023-05-29 03:00:00

한미 양국 1000명 여론조사… 핵공유 등 현안 인식 잘 보여줘
간호법, 여야 대립만 짚기보다… 총선 의식한 속내 지적해야
전기차 글로벌 전쟁 기획 유익… 한국기업 선방 부문도 소개를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2일 한미일 정상회담, 전세사기,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논란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준석 심의연구팀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성태윤 이승헌 위원.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전 미 정보기관의 ‘동맹국 도감청’ 기밀문건 유출 사건도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해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야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데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은 대결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2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최은봉 위원=5월 6일자 3면 〈한일, ‘미래기금’ 규모 확대 공감대…日 피고기업 참여 관건〉 기사는 양국 현안을 4가지로 갈래를 쳐 정리해 잘 이해됐습니다. 3월 31일자 〈한미동맹 70년 상호인식 조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배경 정보로 좋았습니다. 엘리트가 아닌 일반 국민이 핵공유, 반도체법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표본 1000명의 신뢰도 높은 조사로 보여줬습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기사량이 많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류재천 위원=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4월 20일자 A33면에 박진 외교부 장관 기고문을 게재했는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번 회담이 시대전환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잘 설명했습니다. 4월 24일자 A1면 〈‘北이 南 핵공격 땐 美 핵보복’ 공동문서 추진〉도 국민들을 안심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김종빈 위원장=전세사기 보도와 관련해선 도대체 어떤 제도 때문에 이렇게 대규모 전세사기가 가능했는지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사기는 일종의 범죄인데, 범죄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보상하는 것은 사적자치에 반합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제도가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사회 변화를 잘 파악해 드러냄으로써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 변화에 따른 제도를 만들고 수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은경 위원=
동아일보는 ‘전세사기’란 용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문서 위조까지 한 악의적인 사기 피해도 있지만 사기 의도로 보기 어려운 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많습니다. 임대차3법 여파로 인한 임대사업 표류, 집값 하락이 깡통전세를 불러온 점 등 원인은 다양합니다. 전세사기란 표현을 뭉뚱그려서 쓰면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리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성태윤 위원=5월 10일자 A4면 〈尹 “前정부 정책, 전세사기 토양 돼… 탈원전 매몰 공무원 인사조치”〉 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정책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대통령 발언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하는 내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악성 임대인을 공개하는 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는 문제, 임대차3법 시행 후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문제 등은 동아일보가 한참 전에 다뤘던 것입니다. 이번 계기에 이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류 위원=
간호법 관련 4월 17일자 A14면 〈“간호법, 간호사 개원 첫단추” vs “법 통과돼도 불가”〉기사는 보완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호학과 4년의 커리큘럼을 분석해 이 정도 배우면 독자적으로 치유적 진료를 할 수 있는지를 전문가 의견을 들어 점검하는 보도가 필요했습니다.

이 위원=5월 6일자 4면 〈간호법 날림 심사…핵심 조항 앞뒤 연결 틀린 채 국회 통과〉는 작지만 잘 쓴 기사입니다. 법률안 심사의 문제점은 계속 취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5월 15일자 A4면 〈당정 “간호법은 의료붕괴법”…野 “尹 또 거부권 땐 입법권 무시”〉 기사는 민주당이 간호사단체의 조직력을 총선에 활용할 의도로 편들기식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는 지적, 다른 보건의료단체의 반대 등 정치권이 대립구도를 강화시키고 있는 점에 대한 해설을 곁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법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상대방 흠집내기에 이용하는 정치권에 일침을 놓는 기사가 필요합니다.

김 위원장=4월 5일자 A3면 〈尹 “양곡법, 농민에 도움 안 돼”…野 “농민 생존 외면” 재표결 방침〉 기사 제목만 보면 과연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대통령이 말한 농민은 전체 농민이고, 야당이 말한 농민은 쌀 재배 농민이라는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게 좋았을 것입니다. 기사에서 대통령실 주장을 전하며 ‘혈세 낭비 법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효율적 지출이 아니라는 의미를 살렸어야 했습니다.

이 위원=5월 2일자 A6면 〈송영길, ‘오늘 자진출석’ 통보에…檢 “조사 않고 돌려보낼 것”〉에서 ‘자진출석’은 마치 자발적으로 검찰 수사에 응한다는 뉘앙스를 주는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조율 없는 일방적 출두라고 쓰는 게 좋았을 것입니다. 5월 15일자 A1면 〈‘코인 의혹’ 김남국 탈당…민주 “엄정 조사 뒤 징계”〉 기사는 문제만 발생하면 탈당한 뒤 슬그머니 복당하는 다수 사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필요했습니다.

성 위원=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주로 주가조작이나 사기로 다뤄졌습니다. 하지만 차액결제거래(CFD)를 개인투자자에게 허용한 것이 문제라는 분석도 중요합니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는 금융전문가가 아닌데 전문투자자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런 제도적 이슈들을 좀 더 다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최 위원=미국 동맹국 도감청 기사는 발생과 전개, 향후 전망까지 3단계로 잘 다뤘습니다. 다만 ‘소식통’이라는 익명의 취재원을 주로 인용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4월 22일자 10면 〈美 기밀문건 유출 사태로 본 ‘글로벌 정보 전쟁’〉 기사는 ‘지정학 시대가 저물고 기술이 지배하는 기정학(技政學)으로 전환’된다는 재밌는 키워드를 제시해 좋았습니다. 기밀 유출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의 정보 관리 능력에 대한 보도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미국 동맹국 도감청 기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가 틀린 말을 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대통령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 측에 날 선 항의를 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권국가로서 자존심을 잃지 않을 정도의 조치는 필요했다고 봅니다. 공직자는 언행에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언론이 촉구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성 위원=3월 22일자 A1면 〈2030세대 80% “정년 늘리거나 없애야”〉 기사는 세대별 시각에서 정년 문제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정년은 실제로는 일자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일단 일자리를 구하면 정년 연장을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대 문제로 접근하면 노동시장의 현실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류 위원=‘도로 위 생명 지키는 M-Tech’ 시리즈는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안전 기술들을 소개해 흥미로웠습니다.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합니다.

성 위원=‘전기차 글로벌 전쟁 현장을 가다’ 시리즈는 중국 전기차의 부상 등 중요한 이슈를 잘 다뤘습니다. 시리즈 기사는 아니지만 5월 5일자 1면 〈IRA 타격…전기차 ‘글로벌 톱10’ 중 현대차만 판매 줄어〉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국내 업체들이 선방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잘하는 부분도 함께 다루면 독자들이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3월 20일자 A4면 〈경제단체장들 “환율-물가-금리 3苦 속 日협력은 경제 단비”〉기사에서 감명 깊은 내용을 봤습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의 멘트였습니다. “경제와 문화에 이기고 진다는 개념이 있을까. 1965년 국교 정상화 때 굴욕 협상이라고 했는데 제철소를 세워 오늘날 포스코 같은 세계적 기업을 일굴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당시 (한국 대중문화가) 일본 대중문화에 종속될 것이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 문화가 일본에 뿌리내렸다. 한일관계 정상화는 한국이 세계 중심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일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