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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챗GPT’의 등장으로 거세진 인공지능(AI) 활용 열풍 때문에 AI의 기존 일자리 침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AI는 이미 상당수 산업 분야에서 자동화와 효율성 향상을 가져왔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의 이런 발전은 일자리 감소와 실업의 우려를 낳고 있다. AI가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작업들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 제조, 심지어는 서비스 산업에서도 이미 많은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됐거나 조만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AI는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수억 개의 일자리를 자동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우려는 사실일까. AI는 정말로 우리의 일자리를 앗아갈까.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은 얼마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예전에 내가 몇 시간이 걸려서 짜던 코드를 챗GPT가 한 번에 짜줘서 허무하다.” 그렇다. 챗GPT는 이미 만들어진 코드를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 재구성할 수 있다. 그럼 챗GPT가 미래의 개발자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AI는 궁극적으로 개발자가 없어도 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렇다고 해서 챗GPT가 개발자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챗GPT는 응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챗GPT 입장에서는 “이런 용도의 코드를 짜주세요”라고 하면 그걸 짜줄 수는 있지만 새로운 코드를 만들 수는 없다. 개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작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개발자 없이 챗GPT가 홀로 발전할 수는 없다고 본다. AI가 자동화하기 어려운 직업이 있으며, 창의성과 공감이 필요한 직업은 AI의 자동화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AI가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AI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해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의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실제 챗GPT를 포함한 AI들은 의료, 금융 및 법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4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5년간 AI로 글로벌 고용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027년까지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무 행정, 경리 분야 등이 대표적인 일자리 감소 직군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빅데이터 분석, 기계학습(머신러닝),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선 일자리가 6900만 개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AI가 이끄는 고용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기존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혁신의 등장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현상은 인류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산업혁명은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동시에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인공지능(AI)은 물류, 제조, 서비스 등 분야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AI 기반 안내 로봇 ‘GPT-플래티’를 고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특히 가치 판단이 필요한 작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미래학자들은 진위 구분이나 정교한 대인관계를 필요로 하는 간호사, 기자나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작업해야 하는 기술자 등은 AI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AI 기술이 안착하더라도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1892년 자동전화 교환 시스템이 발명됐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전화 교환원이 활동했다. 기차와 지하철 등도 자동운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사란 직업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엔 개인정보 보호 등 AI 윤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AI 도입을 꺼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의지와 방향성이다. 그에 따라 미래 일자리 지형도도 달라질 것이다. AI가 다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멀리 있을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 위험요소를 예측해 신속히 판단하는 건 AI에 맡길 수 없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