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올라가면서 4급수의 오염된 물에 사는 깔따구가 기승을 부리자 대구 수성구가 지난 11일 범어천 하류에서 퇴적물을 제거하는 환경정비에 나서고 있다.(대구 수성구 제공)
지난해 생긴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생물연구팀은 ‘문제적 곤충’들을 연구하고 있다. 갑자기 개체수가 증가(대발생)해 민원이 늘었다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곤충들이다. 2020년 인천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줬던 깔따구에 대해 박선재 연구관은 “보기에 혐오스러울 뿐 무해한 곤충”이라고 말했다.
몸길이 1cm에 황갈색을 띤 깔따구 성충은 모기와 흡사하지만 입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박 연구관은 “깔따구와 접촉하거나 날아다니던 성충이 입에 들어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실제 국내서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 “무해한 곤충들”…급증 원인 다양
잠실야구장 하늘을 뒤덮은 동양하루살이 떼.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자원관이 이런 곤충들을 별도로 연구하는 팀을 만든 이유는 최근 들어 곤충과 관련한 신고나 이슈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7년 부산항에서 발견돼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일명 ‘살인개미’ 붉은불개미 사건 이후 “못 보던 곤충이 나왔으니 확인해달라”는 식의 신고가 매년 1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생태원 외래생물팀에서 곤충을 담당하는 이희조 전임연구원은 “언론에서 곤충 소식이 보도되고 나면 특히 신고건수가 급증한다”며 “최근 서울 강남에서 외래종 흰개미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나서 사흘간 50건이 넘는 신고 전화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민원의 대상이 되는 곤충 중 다수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 대발생한 일명 ‘러브버그’라는 털파리도 마찬가지였다. 박 연구관은 “2017, 2019년 여름 동해안에서 대거 나타나 지자체가 긴급방역에 나섰던 홍딱지바수염반날개는 크기가 큰 데다 공격당하면 사람을 물기 때문에 공포감을 줬다. 이 벌레 역시 사실 해충인 파리를 먹어 치우는 익충”이라며 “여름 피서지에서 발생한 이유도 야외 캠프장, 관광지에 쓰레기가 늘면서 파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 산림보호구역 등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한 국가보호지역은 2011년 전국 면적의 6.23%에서 2021년 17.15%로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도 같은 기간 8.3㎡에서 11.6㎡로 증가했다.
● 해충·교란종도…“연구로 대비해야”
물론 최근 늘어난 곤충들 중 해충이나 생태계 교란 생물이 될 여지가 있는 외래유입종도 있다. 2020년 서울 은평구 봉산 등에서 대발생했던 대벌레는 가로수나 과수에 피해를 줘 해충으로 분류됐다. 최근 인천 연수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대거 발생했다는 혹파리도 해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박 연구관은 “곤충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지자체에서 화학적 방제에 나서는데 오히려 이때 뿌리는 약품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병원성 미생물이나 먹이 등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제법을 찾고 있다. 최대한 생태계에 피해를 안 주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이나 생태계위해우려생물 종류는 국립생태원이 운영하는 ‘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kias.nie.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종으로 의심되는 곤충을 발견했을 때는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041-950-5407)로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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