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수요처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9일 한국은행은 ‘경제전망(5월) 핵심이슈2-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그 원인을 우리나라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의 특징과 연계해 살펴봤다.
반도체 수출금액은 전년동월대비 지난해 8월 감소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전년동월과 비교해 각각 24.5%, 39.2% 줄었다. 품목별로는 메모리 반도체가 비메모리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고 지역별로는 중국, 베트남, 미국 등 주요 수출국 대부분에서 감소폭이 컸다.
중국은 IT제품 생산지로서 역할 축소, 소득수준 상승에 따른 IT기기 수요 확대 등으로 최종 수요처로서의 중요도가 확대되면서 대(對)중 반도체 수출에서 제3국 수출용 비중이 축소되고 중국 내수용 비중이 상승했다.
이에 한은은 “최근 대중 반도체 수출의 부진은 수요둔화에 주로 기인하지만, 중국 내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인 요인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자급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비중이 크게 낮아 중국 IT제품 제조사들은 해외 기업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IT기기 생산기지로 부각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데, 베트남으로 수출된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 IT 완제품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IT기기의 주요 최종 소비처로 특히 서버 등 기업용 수는 일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특정 기업의 업황과 투자 결정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구조를 용도별로 보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중심이 ‘PC→모바일→서버’ 순으로 변화함에 따라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데이터센터 투자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이 실적 악화, 경기 불확실성 등에 대응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지출을 축소하면서 대미 반도체 수출이 크게 위축된 이유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살펴보면, 모바일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스마트폰 수요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팬데믹 기간 중 늘어났던 스마트폰 판매가 지난해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우리나라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이 여타 국가보다 큰 만큼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수요처 다변화 등을 통해 진폭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또 국내 반도체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높은데 스마트폰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비슷한 수준이며 서버의 경우에는 미국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수요구조와 최근 지역별 수요여건을 종합해 보면 국내 반도체 경기는 중 스마트폰 소비와 미 데이터센터 투자의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스마트폰 소비는 지난해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리오프닝 이후 시차를 두고 점차 회복되면서 반도체 경기 부진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미국 서버 수요는 단기적으로 위축됐으나 향후 디지털 전환, AI 서비스 확대 등으로 고성능 서버를 중심으로 완만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