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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함정, 욱일기 달고 부산 입항…軍 “통상적” 민주 “국민 자존심 짓밟아”

입력 | 2023-05-29 15:59:00


29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입항했다. 일본 호위함은 오는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 차단훈련에 참가한다. 2023.5.29 뉴스1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29일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욱일(旭日)’ 모양을 사용했다.

국방부는 “국제적 관례”라며 자위대기 게양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진 않을 방침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상 외국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나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관함식에 일본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함정을 파견한 전례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연습 함대 카시마함을 친선 차원에서 인천항에 입항시킨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해 해상 훈련은 필수”라고도 했다. 북한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대일(對日) 타격력까지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만큼 안보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2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입항했다. 2023.5.2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일본 정부는 호위함 등에 사용하는 “공식 자위대기는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욱일 모양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 주려고 하느냐.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이다음에는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고 일본 병사들이 군사 훈련을 함께 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심한 주장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건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8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 당시엔 문재인 정부가 자위대함의 욱일기 게양 자제를 요청하자 일본 정부가 “자국법과 국제관례에 따라 욱일기를 게양해야 한다”며 불참한 바 있다.

29일 오후 부산평통사 관계자자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 앞에서 욱일기 게양 일본 자위대 호위함의 입항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부산평통사 제공)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해군이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했다. 이때 한국 장병들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국방부는 “국제 관함식에서 주최국 대표가 승선한 함정에 경례하는 건 일반적 관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기어코 우리 해군이 일본 욱일기에 거수경례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마기리함이 이번에 입항한 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인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훈련엔 한미일과 호주 등이 참가한다.

훈련 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하마기리함 등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을 사열한다. 우리 국방부 장관이 자위대 함정을 사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