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
“바이오 업계에도 우주항공청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에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거북이의 ‘고속도로’ 같은 역할을 해줄 겁니다.”
노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화이자나 모더나가 약 11개월 만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허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 정책, 규제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해줬기 때문”이라며 “한국형 ‘모더나’가 나오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정책과 산업을 총괄하는 범부처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초연구, 임상, 제품화까지 제약바이오의 전 주기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통상부 등 여러 부처가 나눠 지원하기 때문에 속도가 안 난다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정부가 가장 먼저 집중 투자해야 할 기술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꼽았다. 아직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나라가 없고, AI로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K-멜로디 사업이 국내 AI 신약 개발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K-멜로디는 참여 기업들의 데이터를 모아 AI를 학습시키되, 기업 간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한 플랫폼이다. 참여 기업은 기업의 자산인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여러 기업들의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 등 10개의 제약사가 모여 같은 콘셉트의 EU 멜로디 프로젝트를 진행해 각각의 기업이 개발한 AI보다 4%가량 성능이 뛰어난 AI를 개발한 바 있다.
노 회장은 “플랫폼이 완성되면 국내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신약뿐 아니라 약물 재창출(기존 약물을 다른 적응증으로 새롭게 재활용하는 신약 개발 방식) 등 AI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한 노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