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기 예금 평균4% 돌파 코앞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낮은 금리와 경영 상황 악화로 수신 잔액이 줄어들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과 금리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때 시중은행 금리에 역전되기도 했던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8%로 집계됐다. 1일을 기준으로 보면 올 1월 5.37%에서 2월(4.62%), 3월(3.79%), 4월(3.77%)에 계속 떨어지다가 5월 3.87%로 반등했다. 예금 금리 4% 돌파를 다시 코앞에 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는 연 4.5% 금리의 예금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예금 금리를 잇달아 낮추고 있는 시중은행과 대비된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40개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3.198%(12개월 만기 기준)로 한 달 전(3.45%)보다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8개도 평균 금리가 2.89% 수준에 그쳤다. 시중은행은 예금 금리를 낮추는 반면 저축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은행권에서 증시로 돈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머니 무브’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예금 금리의 하락으로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속속 이탈하자 이를 다시 붙잡기 위해 수신 금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16조431억 원으로 1월(120조7854억 원)에 비해 4%가량 줄었다. 반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46조5000억 원에서 25일 51조 원 규모로 늘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예·적금이 다시 증시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며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여 고객을 붙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경영 악화를 우려해 떠나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서도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 1분기 저축은행 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4.04%)보다 1.1%포인트 급등했다. 5%를 넘어선 것은 연말 기준으로 2018년(5.05%)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연체율도 5.1%로 집계됐는데, 6년여 만에 연체율이 5%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역시 증가세다. 저축은행 업계는 1분기 6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이가 정상적인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저축은행이 평균 0.8%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속에 시중은행들도 수신금리 경쟁에 가세하면서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는 이 격차가 0.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안팎의 금리를 더 줘야 고객 유인이 가능한 만큼 저축은행의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