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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0대 일자리 사상 첫 20대 추월… 늙어가는 韓 경제 압축판

입력 | 2023-05-30 00:00:00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 게시판 모습. 뉴스1


60대 이상 고령층 임금 근로 일자리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대 이하 일자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60대 이상 임금 근로 일자리 규모는 1년 전보다 28만 개 늘어난 337만5000개로 집계됐다. 반면 20대 이하 일자리 수는 3만6000개 줄어든 322만3000개였다. 일자리 수가 줄어든 연령대는 20대 이하가 유일했다. 전체 임금 근로자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6.5%로 20대 이하(15.8%)보다 높았다.

일자리 시장의 고령화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60대 인구는 752만 명, 20대는 633만 명으로 60대가 119만 명 더 많다. 하지만 인구요인 외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자동차 전자통신 기계장비 등 양질의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탓도 크다. 이 시기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 수는 2045만 개로 전년 대비 2.5% 늘었고, 60대 이상이 주로 가는 보건·사회복지 분야 일자리는 3.4% 증가한 반면에 일자리 비중이 가장 크고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제조업 분야 일자리 증가 폭은 1.7%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제조업 특수가 끝나면서 양질의 일자리 공급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동안에도 제조업 분야는 2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시험공부나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20대가 38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나 늘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더니 청년 고용 대책은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청년들을 위한다면서 ‘탈모 치료비 지원’이나 ‘학자금 무이자 대출’ 같은 선심성 대책을 내밀기보다는 일자리 대책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일자리 가뭄에도 첨단 분야와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원하는 이공계 인력이 부족한 만큼 이미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전공분야를 바꿔 재교육 받을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주 69시간제 논란’에 발이 묶인 노동개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부모 세대는 정년이 넘도록 일하는데 자식 세대는 일이 없어 쉬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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