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보복살인 계기 “입법” 목소리 尹대통령도 대선때 확대적용 공약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트 폭력(교제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모 씨(33·수감 중)가 자신을 신고한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 없이 2년 넘게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교제 중이거나 교제했던 상대가 저지른 폭력을 가정 폭력으로 규정하고,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021년 3월,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같은 해 1월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가 낸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됐고, 권 의원이 낸 개정안은 2021년 3월 상임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행법상 연락 금지나 접근 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취하려면 사실혼 관계이거나 부부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교제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알고 있고, 피해자가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정 폭력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교제 폭력을 줄이기 위해 가중 처벌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현행법 하에서도 일선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들이 보복 위험성을 파악하고 가해자에게 경고했거나 신변 경호 강화 또는 보호시설 연계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경우 피해자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개정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며 “일선 경찰이 ‘피해자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스마트워치 지급 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