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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쉽게 이기는 법[임용한의 전쟁사] 〈265〉

입력 | 2023-05-30 03:00:00


손자는 싸우지 않고 아군과 적의 군대를 보존하면서 승리하는 것이 최고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실천 방법이 쉽지 않다. 중국 고대의 병서 ‘육도’는 주나라 문왕과 태공망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 무력을 쓰지 않고 모략으로 적을 정복하는 방법에 관한 토의가 있다.

태공망은 무려 12가지나 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방법이 12가지나 된다는 것은 결정적인 방법이 없고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국가란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이란 기반에서 태어난 사회적 생물이다. 그 안에 항상 갈등이란 요소를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전쟁은 공동의 적을 제시함으로써 이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고통이 커지면, 내부의 균열이 터져 나오고 만다. 상대국의 입장에서는 전쟁 전에 어떻게든 상대국의 국가적 균열을 조장하고 확대시켜 놓을수록 유리하다. 태공망이 12가지나 되는 방안을 제시한 배경이다.

그중 5번째 방안이 적국의 충신을 우대해서 군주가 의심하게 하고, 능력이나 충성심이 떨어지는 다른 사람을 요직에 등용하게 하라고 한다. 실제로 사기를 보면 춘추전국시대에 이런 방법은 많이 사용되었고, 때로는 결정적 승리를 거두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방법이 먹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변국과 긴장 관계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감정적이 된다. 적국에 대해 증오만 표출하고, 배타적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이 애국자로 보이고 화친이나 교류를 주장하는 사람은 매국노로 보인다.

그 순간 국가 정책의 유연성, 정보력, 성장력이 굳고 경직된다. 모든 병서에서 지적하는 전술의 원칙이 적의 틈에 파고들어 가 적의 허점을 찾고, 적의 장점을 배우고, 우리의 대응 방식은 감추며, 어떤 상황에서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이다. 배는 물에 뜨고 물살을 따라 흘러 내려가지만 돌은 가라앉는다. 나라가 감정적인 애국심이란 표피로 경화되어 버리면 안에서 목소리만 요란할 뿐, 모든 능력은 가라앉는다. 그러나 단단한 껍데기에 쌓인 사람들은 그것도 모른다. 병자호란의 역사를 보면 껍데기가 깨어지고 적군이 밀려 들어와도 모른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