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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러 제재 불참’ 에르도안 재선에 美-러 희비 교차

입력 | 2023-05-30 03:00:00

[튀르키예 대선 에르도안 승리]
바이든 “나토로서 협력을” 책임 강조
푸틴 “친애하는 친구” 각별함 드러내




튀르키예 대선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대(對)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등 친러 노선을 유지하며 ‘서방 연대’에 균열을 내왔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이번 승리는 주권 강화와 독립적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반색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칭하는 등 각별함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고립 시도에도 튀르키예 등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버텨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튀르키예가 나토 동맹국으로서 양국 간 이슈와 공동의 글로벌 도전에 대해 함께 협력하길 바란다”고 올렸다. 축하를 전하면서도 나토 일원으로서 친러 행보를 멈추고 대러 압박에 동참하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결선 투표 직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튀르키예가 앞으로도 러시아의 제재 회피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이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아울러 튀르키예는 중국과 러시아 주축의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이 주도하는 질서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들어섰다고 본다. 그의 예측 불가능성에 서방 지도자들은 내심 그의 패배를 바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