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참가 국방부 “자국 상징 깃발은 관례” 민주당 “국민 자존심 짓밟아” 반발
다국적 훈련 위해 방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29일 ‘욱일(旭日)’ 모양을 사용한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다. 하마기리함은 31일 한국이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인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 입항했다. 부산=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29일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욱일(旭日)’ 모양을 사용했다.
국방부는 “국제적 관례”라며 자위대기 게양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진 않을 방침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상 외국 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나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관함식에 일본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함정을 파견한 전례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연습 함대 가시마함을 친선 차원에서 인천항에 입항시킨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해 해상 훈련은 필수”라고도 했다. 북한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대일(對日) 타격력까지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만큼 안보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호위함 등에 사용하는 “공식 자위대기는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욱일 모양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 주려고 하느냐.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이다음에는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고 일본 병사들이 군사 훈련을 함께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심한 주장이다. 원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다. 두 정부도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건가”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해군이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했다. 이때 한국 장병들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국방부는 “국제 관함식에서 주최국 대표가 승선한 함정에 경례하는 건 일반적 관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기어코 우리 해군이 일본 욱일기에 거수경례를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마기리함이 이번에 입항한 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인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훈련엔 한미일과 호주 등이 참가한다.
훈련 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하마기리함 등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을 사열한다. 우리 국방부 장관이 자위대 함정을 사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