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를 꿈꾸며/원상 스님 지음/288쪽·1만5000원·시간여행
승려들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 일주일 뒤인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석 달간 한곳에 머물면서 외출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묶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다. 이러한 수행을 안거(安居)라 부르는데,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라 하고 끝내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즉, 해제는 석 달 한 철의 졸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참 해제는 “수행자가 각고의 시간과 열정으로 벼락 치는 깨달음이 있는 후에 갖는 인욕의 선물 같은 것”이다.
저자인 원상 스님은 자신을 알아가는 데 글쓰기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하루하루 글을 쓰는 작은 버릇이 자신의 생각과 모습, 행동들을 파악하는 데 “꽤나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도 글쓰기로 키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독자는 저자의 지론과 행동철학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인생사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어느 때 비워야 하고, 어느 때 채워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나의문제는 무엇인지 진지하고 솔직하게 묻고 대답하여야 합니다. 불교에서 ‘반야’라는 말을 높게 생각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비워야 할 때 자꾸 채우려 하면 체하게 될 것이고 채워야 할 때 비우려 들면 영양실조밖에 더 걸리겠습니까? 자신의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