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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예측에 5만명 몰려 ‘아수라장’…최악 오명 쓴 ‘함안낙화놀이’

입력 | 2023-05-30 10:25:00


27일 오후 경남 함안군 함안면 무진정에서 ‘함안 낙화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경남 무형문화재 제33호인 함안 낙화놀이는 숯과 한지를 꼬아 만든 실 수천 개를 줄에 매달아 해질녘 불을 붙이는 민속놀이다. 2023.5.27/뉴스1

경남 함안낙화놀이가 관광객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최악의 축제’라는 오명을 썼다.

지난 27일 함안군 괴산리 무진정에서 열린 낙화놀이에 5만명이 다녀갔다. 함안낙화놀이는 최근 1∼2년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방송에 노출되며 입소문을 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제, 연휴 등으로 관광객이 대거 몰렸다.

함안군은 올해 행사 면적을 5500㎡로 잡고, 1㎡당 4명 정도로 계산해 최대 수용 인원을 2만 2000명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예상 인원의 2배가 넘는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지난 4월 기준 함안군 전체 인구인 6만 1011명과 비슷했고, 평년 방문객의 5배나 되는 규모였다.

관광객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축제 다음 날인 28일 함안군은 조근제 군수 이름으로 공식 사과했다.

관광객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불편 사항은 교통 체증과 마비였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목은 몰려든 차로 대부분 막혔다. 무진정을 향하는 일반도로는 물론 함안으로 진입하는 국도와 고속도로까지 정체됐다.

행사장 주변 비좁은 도로는 여기저기 주차된 차량으로 엉망이 됐다. 평소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함안 행사장까지 차로 30여 분이면 도착했지만 이날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군은 무진정 인근 교통 통제만 하는데 그쳤고, 병목현상이 발생한 일부 길목에 교통 통제 인원이 배치됐지만 막혀버린 도로는 뚫리지 않았다.

군은 무진정 인근 8개소 1800대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했고, 셔틀버스도 운행했다. 하지만 주차장은 일찍부터 가득 찼고 그마저도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셔틀버스는 이른 오후부터 꽉 막힌 도로에 오가지도 못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많은 관광객들은 수km 떨어진 도로에 차를 세우고 1시간 넘게 도로를 따라 걷기도 했다.

대형 사고 우려도 있었다. 낙화놀이 행사의 주무대는 연못으로 주변 지형에 경사진 곳이 많아 인파에 밀려 넘어지면 자칫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은 출입구 외 다른 곳은 사실상 방치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낙화놀이를 보려는 인파들은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화장실 인근을 자유롭게 오갔다. 또 무진정 인근은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모두 먹통이 돼 큰 사고가 날 경우 대처가 쉽지 않은 상황도 발생했다.

늦은 안내문자도 빈축을 샀다. 군은 행사 2시간을 남겨두고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안전에 유의 바란다’는 안전문자를 처음 보낸 데 이어 오후 5시 18분께에야 ‘행사장 입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행사 직전에는 문자메시지와 더불어 행사장 진행을 담당한 공무원이 귀가를 종용하기도 해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이 불편을 토로했다.

창원에서 온 30대 관광객은 “낙화놀이는 아름다웠지만 창원에서 오는데만 4시간이 걸렸는데 먼 발치에서 바라본 게 전부”라며 “안전 사고가 우려돼 접근하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입장객을 제한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 재발 방지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에서 온 김민수 씨도 “많은 인파와 교통 체증 속에 낙화놀이를 즐기긴 했지만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함안군 누리집에 실린 사과문.(함안군청 누리집 캡처)

함안군은 사과문에서 “전년보다 배 이상인 2만여 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로 인근 도로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행사장 진입이 불가해 낙화놀이를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문제점을 개선해 모든 축제와 행사를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안=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