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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기억하고 있는 아픈 흔적들을 따라가다 [책의향기 온라인]

입력 | 2023-05-30 10:59:00

◇땅의 역사 6 (흔적: 보잘것없되 있어야 할)/박종인 지음/289쪽·1만7500원·상상출판사




이 책은 이 땅에 남아있는 ‘흔적’에 관한 책이다. 그 흔적들을 따라가보면 우리의 옛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아픈 기억은 추억으로 변하기 전에 지우는 경향이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아픈 역사는 놔두지 않고 추억으로 변하기 전에 모조리 지운다. 건드리면 아프기만 하다고 망각해 버리면 기분이 좋은가. 저자는 이와 같이 의문을 던진다. 창피하고 아픈 역사를 망각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말이다.

저자는 아픈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사춘기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성인이 돼버린 애늙은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무심코 지나친 모든 흔적들에는 대한민국이 피와 땀을 흘려서 만든 찬란한 역사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땅의 역사 6권은 아파서 외면해왔을 역사를 이 땅이 간직하고 있는 ‘흔적’들을 통해 설명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며 조선 전기, 후기, 개화기 그리고 식민시대와 근대까지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축물과 비석 그리고 공간들에 숨겨져 있는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1장에서는 오래도록 조선왕실 별궁터였던 서울 안국동 175번지가 나온다. 지금은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지만 세종이 막내아들 영응대군 사저로 저택을 지어준 이래 성종, 중종, 인조, 숙종에 이르기까지 호화 저택이 존재했던 공간이다. 이처럼 조선왕국이 걸어온 흔적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2장에서는 조선 후기 흔적들을 찾아간다. 남대문에서 영조의 광기가 폭발했던 흔적과 사도세자에 관한 불리한 기록을 삭제해가며 그를 추존한 정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3장에서는 경기도 구리 가정집 빨래판으로 쓰이고 있는 비석이 나온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가 쓴 휘호가 새겨진 비석은 경기도 구리 가정집 빨래판으로 전락했다. 푸이가 친일파 윤덕영에게 내린 휘호비의 비밀 등을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식민시대와 근대를 지나며 발견된 흔적들을 다룬다. 인천 외국인묘지에 담긴 구한말부터 식민시대 동안 우리나라와 관련을 가진 외국인들의 이야기 등에 대해 들려준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