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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방신실(19)이 투어 데뷔 5경기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습니다. E1 채리티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린 28일 강원 원주시 성문안CC에는 당일에 비가 많이 왔는데도, 2000여 명의 팬들이 방신실의 우승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방신실은 우승 소감으로 “풀시드를 얻어서 정말 좋다”고 했습니다.
방신실이 28일 강원 원주시 성문안CC에서 끝난 KLPGA투어 E1 채리티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 방신실, 이번 시즌 KLPGA투어 판 흔든다
방신실의 우승은 단순히 ‘풀시드를 얻었다’라는 본인의 생각 이상으로 이번 시즌 KLPGA투어의 판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보입니다. 방신실은 E1 채리티오픈 우승으로 이번 시즌 개인 타이틀 부문 랭킹 자격을 얻었습니다. 개인 타이틀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체 투어 대회의 50% 이상을 참가해야 하는데, 방신실이 우승한 E1 채리티오픈이 올 시즌 10번째 대회이자 방신실의 5번째 참가 대회였기 때문에 자격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대회 참가도 이어질 예정이니 랭킹 경쟁도 이어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장타자들은 통상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인 방신실은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아이언샷 지수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비거리와 정교함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LPGA 제공
압도적인 장타로 잘 알려진 방신실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통상 장타자들은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신실은 그린 적중률도 1위입니다. 드라이브를 멀리 보낸 뒤 정교한 아이언샷을 통해 그린에 잘 올려둔다는 것입니다. 방신실은 이 지표를 보여주는 아이언샷 지수도 1위입니다.
● 신인왕 경쟁 넘어 후원사 경쟁까지 부추긴 방신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 데뷔한 방신실은 신인상 경쟁의 판도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방신실의 등장으로 이번 시즌 루키들이 매우 긴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신인상은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KLPGA투어에 데뷔하면서 신인상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인왕이 된 이예원(20)도 “루키 시즌에 가장 큰 목표는 신인왕이었다”라고 할 정도였습니다.신인상 포인트는 대회 규모와 순위에 따라 차등으로 주어집니다. 방신실이 우승한 E1 채리티오픈의 총상금은 9억 원이어서 방신실은 270포인트를 가져갔습니다. 또 신인상 포인트는 컷 통과만 하면 조금이라도 주어지기에 방신실은 그간 모은 포인트를 합산해 단숨에 651점으로 3위에 올라섰습니다. 2위 황유민(20)과는 31점 차, 1위 김민별(19)과도 150점 차이입니다.
이번 시즌 신인왕을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방신실(왼쪽)과 김민별. KLPGA 제공
방신실은 본인이 우승하면서 후원사 경쟁 판마저 만들었습니다. 이번 시즌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던 김민별은 하이트진로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방신실이 합류하면서 이번 시즌도 두 회사는 KLPGA투어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방신실은 특유의 반달 웃음을 ‘방실방실’ 지으며 그저 풀시드를 얻어 좋다고 했는데, 자신의 우승이 이런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방신실의 우승이 어떤 거대한 태풍이 될지 골프계에서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