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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뒤로 꺾인 채…진실화해위, 서산 부역혐의 희생 시신 60구 발굴

입력 | 2023-05-30 13:43:00


양 팔이 뒤로 꺽여 있고 교통호 바닥으로 고꾸라져 있는 유해 모습.(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충남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73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완전한 형태의 유해(유골) 60구 이상과 유품을 발굴해 30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충남 서산시 갈산동 176-4번지 봉화산 교통호 인근 현장에서 유해를 발굴 중이다. 부역혐의 사건 관련 유해발굴은 충남 아산 유해발굴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날 진실화해위는 유해 수습을 앞두고 오전 11시 유해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2008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당시 다수의 참고인들이 읍·면 단위마다 대규모 학살이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발굴을 진행했다.

유해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3구역 유해발굴 현장. 이곳에서는 최소 17구가 발굴됐다.(진실화해위 제공)

발굴 현장인 교통호는 1950년 인민군 점령기에 인민군이 전투를 대비해 파 놓은 곳이다. 수복 후 서산지역 부역혐의자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됐다. 유해발굴 지역은 전체 길이 60미터 정도로 3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발굴된 유해는 총 60구~68구로 1구역 13구, 2구역 30~35구, 3구역 17~20구이다.

유해는 폭과 깊이가 각각 1미터 이하인 좁은 교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발굴됐다. 굵은 다리뼈들뿐만 아니라 척추뼈와 갈비뼈까지도 완전한 형태다. 당시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한 후 머리 뒤를 쏘는 총살로 추정된다. 희생자들은 옆으로 누워있거나 고꾸라져 있는 모습으로 사망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1구역에서 발굴된 한 유해는 교통호 바닥을 향해 고꾸라져 있는 상태에서 양팔은 뒤로 꺾인 채 신발을 신은 상태로 발견됐다. 주변에는 M1추정 탄피도 확인됐다.

2구역에서 발굴된 30구 이상의 유해가 서로 뒤엉켜 있다.(진실화해위 제공)/뉴스1

특히 일부 구역에서는 유해 다리 사이에 다른 유해가 안치돼 2중, 3중 위아래로 중첩된 모습이다. 이는 당시 학살이 진행된 후 마을 들개가 시신을 물고 마을까지 내려와 마을 이장이 청년들과 교통호 주변 시신을 교통호 안에 재매장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백색의 4혈 단추와 고무줄 바지 끈, 반지 등 유품이 발견됐으며, 유해 주변에서 총살 흔적인 탄피도 나왔다.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사건’은 1950년 10월 초순부터 1950년 12월 말경까지 서산경찰서와 태안경찰서 소속 경찰과 해군에 의해 서산군 인지면 갈산리 교통호 등 최소 30여 곳에서 977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갔던 20∼40대의 성인 남성들이었으며, 여성들도 일부 포함됐다.

(대전ㆍ충남=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