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자투리 플라스틱을 빻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플라스틱방앗간. 쓸모없는 플라스틱 뚜껑을 건네고 알록달록한 업사이클 제품을 받아가는 재미가 있다. 플라스틱방앗간 제공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나마 수거라도 할 수 있지만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세계 각국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플라스틱세’ 도입한 유럽, 폐기물 수입 중단한 중국
폐플라스틱 수출 상위국인 미국은 현재 자국 내에서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보다 매립의 비중이 높다. 이에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30년까지 재활용률을 50%로 높이기 위한 국가적 재활용 전략을 세웠다. 2032년부터는 국립공원 400여 곳을 포함한 공공부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판매와 유통 등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도 갖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초 유엔환경총회는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가 본격화되면 플라스틱 생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 및 국제무역 등 전생애 주기에 걸쳐 세계 각국 국민의 생활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제품 설계와 생산을 촉진하는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탈플라스틱 사회로 나아가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정부도 폐기물 처리 중심에서 순환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제도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부는 각 분야의 의견 수렴을 거쳐 플라스틱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응하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거시적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규제만 내놓을 게 아니라 재활용 효과를 높이는 ‘디테일’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용철 충남대 교수는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가 따로 없고, 이를 ‘일회용품’ 안에서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감축 전략과 규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체적인 감축 전략과 이행 방안 수립, 목표 설정, 대체 제품 개발, 관련 통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문제,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클까?
이름처럼 자투리 플라스틱을 빻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플라스틱방앗간. 쓸모없는 플라스틱 뚜껑을 건네고 알록달록한 업사이클 제품을 받아가는 재미가 있다. 플라스틱방앗간 제공
각 주체의 협력으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대표적이다. 세계 곳곳에서 시행 중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생산업체가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한 제도다. 생산자에게 과중한 책임을 전가하는 악법으로 보일 수 있으나 여러 주체의 공유책임제도를 전제로 한다. 제품의 설계와 포장재 선택 등에서 결정권이 가장 큰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정부는 생산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을 처리하며 재활용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 공정에 투입되게 하는 등 전반적인 책임을 진다.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