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드는 “내게 음악을 만드는 행위는 경험을 전하는 스토리텔링이다. 내가 공감하는 만큼 남들도 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노르웨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시그리드(27)의 특이점이다. 여타 동시대 가수들과의 차별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5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로 국내 첫 내한한 모습도 수식 그대로였다.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시그리드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였으니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가수가 되기 전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다녀요. 오늘 오전에 사진 촬영을 위해 입었던 청바지는 고등학생 때부터 갖고 있던 청바지에요. 청바지 외에도 따뜻한 울 양말, 게임기, 블루투스 스피커, 오래 함께해 온 밴드 멤버가 저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죠. 인생이 짐 가방 하나에 모두 같이 담겨서 이동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시그리드의 음악은 ‘공격적인 팝’(Aggressive Pop)으로 소개돼왔다. 그러나 그 면면을 보면 마냥 에너지 넘치고 파워풀하지만은 않다.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의 오프닝 곡이었던 ‘It Gets Dark’(2022년)만 봐도 그렇다. 웅장한 사운드를 갖고 있지만, 먼 곳으로 떠나온 화자가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내용의 곡이다.
“제 곡의 가사는 슬프지만 멜로디는 밝고 긍정적인 경우가 많아요. 어쩌면 저를 보호하는 장치죠. 가장 나약하고 날 것의 마음을 춤을 추고 분출할 수 있는 멜로디 속에 던져놓는 거예요.”
이는 시그리드가 자신의 색을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보라색’으로 꼽은 이유기도 하다. 시그리드는 “빨간색은 무대 위에서 저돌적인 내 모습과 닮아있다. 반면 파란색으로 상징되는 섬세한 감정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내향적인 모습 또한 나”라고 말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현장에서 본 관객들은 저의 모든 노래에 몰입하고 반응해주었습니다. 그와 같은 무대가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에요.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노래방에도 꼭 가보고 싶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봤던 한국의 모든 것들을 느끼고 돌아가고 싶어요. 그럼 시즌2를 기다리는 데 조금 덜 힘들겠죠?”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