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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MS의 블리자드 인수 승인… ‘90조 게임 빅딜’ 다시 속도

입력 | 2023-05-30 17:37:00


한국 등 주요 국가의 경쟁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합병을 승인하며 1년 4개월을 끌어 온 90조 원 규모의 ‘공룡 게임사’ 합병이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콘솔 플랫폼 확장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두 회사의 결합이 게임산업의 경쟁을 저하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공정위는 이번 합병이 국내 게임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국내에서 MS와 블리자드가 개발·배급하는 게임의 합산 점유율이 2~6%가량으로 낮아 인기가 높지 않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엔비디아 등 콘솔 및 클라우드 게임 경쟁사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판단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을 다운받지 않고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기는 방식을 뜻한다.

지난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90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게임 콘솔 ‘엑스박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블리자드는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 등을 개발한 개발사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역사상 최고액의 인수합병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 영국 등 주요 시장에서 경쟁당국이 합병 불허 방침을 내리며 합병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이번달 들어 한국을 비롯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합병을 승인하며 인수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EU 집행위는 양사가 10년간 경쟁사에 인기 게임 라이선스를 제공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일본 당국은 강력한 자국 경쟁 사업자인 소니의 우려제기에도 ‘무조건 승인’ 결정을 내렸다.

다만 게임 산업의 최대시장인 미국과 영국 등에서 합병 불허 결정이 내려진 만큼 실제 합병 성사까지 이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을 완료하기 위해선 양사가 사업에 진출한 16개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영미권과 아시아 시장의 판단이 다른 건 엑스박스 및 블리자드 게임 플랫폼의 인기도 차이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블리자드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5% 미만이지만 미국과 영국에선 최대 20%에 달한다. 엑스박스 콘솔이 차지하는 비율도 국내와 일본은 5~10%에 불과하지만 영미권에선 약 45% 수준이다. 아시아 시장에선 MS-블리자드가 영미권에 비해 점유율이 낮아 기업결합에도 독점우려가 덜하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국내 시장에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내렸지만, 글로벌 진출 및 콘솔 등으로의 멀티플랫폼 확장에 나서는 국내 게임사는 양사의 결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양사 결합시) 국내 시장에서 콘솔이나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작아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엑스박스가 블리자드의 지식재산권(IP)까지 소유하게 될 경우, 자사 IP를 콘솔 플랫폼에 탑재하려는 국내 게임사는 과거보다 더 큰 ‘도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