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이적 지음/224쪽·1만4800원·김영사
‘달팽이’, ‘거위의 꿈’, ‘빨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노래를 통해 우리를 깊은 울림과 깨달음의 바다로 이끌어줬던 이적. 이번에는 자신이 주목한 삶의 단어들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현실을 그만의 사유와 성찰로 바라본다.
‘이적의 단어들’은 인생의 넓이, 상상의 높이, 언어의 차이, 노래의 깊이, 자신의 길이까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인생의 면적을 가늠하는 점 선 면을 그려본다.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린다. 감히 인생의 넓이를 재본다. 씨줄 날줄 엮인 삶의 단어들로 인생을 말한다. 다음 챕터에서는 소설인 듯 현실인 지금의 순간을 그린다. ‘보조개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든지, ‘흡연자들 집에 있는 라이터를 몽땅 모아 무기를 만든다’든지, 단어 하나로 시작되는 풍부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3부는 언어의 형태에서 의미로 사유를 확장해 간다. ‘무섭다’, ‘두렵다’의 차이 등. ‘누다’, ‘싸다’의 차이. 우리가 삶에서 쓰던 평범한 단어들을 길게 물고 늘어지며 삶의 정확하면서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한 성찰이 이어진다.
책의 마지막 구간은 우리에게 과거, 현재,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10년째 앓는 이석증 등. 그가 써 내려간 자기 삶의 파노라마에 읽는 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과거의 어느 지점부터 죽음을 앞에 둔 미래까지 그려보게 된다. 이적의 글을 읽으면 마치 그와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재치 있는 유머에 가볍게 웃는 순간, 깊은 깨달음에 머리가 번뜩이는 순간, 친구와 대화하며 손뼉 치고 공감하던 순간이 함께하는 평범하지 않은 산문집.
아주 작아 보이는 단어도 지나치지 않는 이야기꾼 이적, 그와의 농밀한 인생 대화가 펼쳐진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