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절경으로 떠나는 여름 힐링여행’, ‘놓치면 후회할 특가, 완판주의’…. 요즘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부쩍 노출이 늘어난 해외여행 광고들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외국 관광지의 사진과 동영상은 당초 여행계획이 없던 이들까지 설레게 만든다. 올해 초 한 여행사가 내놓은 북유럽 여행 패키지 상품들은 홈쇼핑에서 한 달 동안 1000억 원 가까이 팔려 나갔다.
▷올해 1분기 해외로 나간 한국인 관광객은 498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0% 이상 많아졌다. 공항 이용객이 10배 늘었고, 관광객들이 면세점 등에서 쓰는 신용카드 결제액도 급증세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억눌렸던 ‘보복 여행’이 증가한 결과라지만 증가세가 예상보다 폭발적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5배 늘어나기는 했지만(1분기 171만 명),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증가 폭에는 못 미친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 32억 달러를 넘어서며 3년 반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주요 관광지는 단연 일본이다. 벌써 200만 명 넘는 한국인이 일본으로 향했다. 가까운 이동 거리와 부담이 적은 저비용항공 인프라, 엔저 효과까지 겹치면서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지의 관광 명소는 최대 80%까지 한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도 인기 여행지다. 여름 휴가철에는 해외여행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어 가을 상품으로는 북유럽과 캐나다의 단풍을 즐기는 상품들이 이미 광고를 타고 있다.
▷해외 관광객의 발걸음을 국내로 돌리자니 이미 치솟은 가격에 바가지 상술까지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를 가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도는 울상이다. 한국의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강점을 키우지 못하는 사이 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여행객들의 클릭 손길은 더 바빠지고 있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의 즐거움에 푹 빠지고픈 이들을 붙잡을 우리만의 매력을 더 찾아내야 할 때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