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의 건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간호법 제정안이 이날 부결되자 방청석을 찾았던 간호협회 관계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재표결 결과 부결됐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면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재의결 요건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지 약 1년 만에 폐기됐다.
의료법 등에 규정된 간호사의 자격과 역할, 처우 등을 떼어내 별도로 규정한 간호법 제정을 놓고 의료계는 간호사 대 비간호사로 양분됐다. 의사단체는 간호사 업무 영역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 결국 ‘간호사 병원’까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도 간호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반면 간호사들은 의사단체 등이 거짓 정보로 여론을 호도한다며 반발했다. 양측이 각각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갈등 해소는 뒷전으로 미룬 채 ‘공약 파기’ ‘입법 독주’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 바빴다.
간호법으로 인한 갈등은 법안 자체의 내용보다는 의료계 직역 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요양과 돌봄 수요가 늘어나고, 만성 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인구구조가 바뀌고 질병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에 맞춰 의료 인력을 재조정하고, 각 직역의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약 1만 명으로 추산되는 진료보조(PA) 간호사의 합법화 여부, 고졸로 제한된 간호조무사의 응시 자격 문제 등 간호법 논의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현안들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언제든 직역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