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길상 외무성 부상이 29일 담화에서 “조일(북한과 일본)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틀 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제안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도 “나 자신이 직접 맞선다는 각오로 납북 문제에 임해 왔고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며 대화 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일이 대화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뜬금없다. 그렇다고 대결의 한쪽 편에서 생겨난 심상찮은 기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없다. 한국도 미국도 북한과의 소통 채널이 꽉 막힌 상태에서 북-일 대화 채널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 반 우려 반의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실 북한 담화에선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한미일 대북 군사협력에 균열을 내보려는 의도가 다분히 읽힌다. 대화를 위해선 일본이 대북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전제 아래 떠보는 수준이어서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인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일본의 핵심 현안인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태도여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간 한일 사이엔 대북 정책을 두고 엇박자가 적지 않았다. 각기 상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거나 제동을 걸기도 했고, 북한은 그런 한일 간 알력을 한껏 부추겼다. 하지만 북한의 핵 폭주는 어느 때보다 한일 공조를 심화시켰다. 이제 북한의 갈라치기 술책도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선 압박의 고삐를 죄는 동시에 대화의 문도 열어야 한다. 정부가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며 북-일 대화의 진전 가능성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