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금연의 날 맞아 행사 마련 법정 역할극 통해 흡연 예방 교육 서울시, 한강공원 금연 조례 추진 ‘금연 클리닉’ 표준안 마련해 적용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청소년 흡연 예방’을 주제로 한 모의법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원고와 피고 역할을 맡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사건번호 1954-서1999호 재판을 개정합니다.”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일주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 재판장을 맡은 학생이 법복을 입고 판사봉을 3번 내리치자 학생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담배회사는 청소년 흡연에 책임이 있는가’란 주제로 모의법정이 열린 이날 학급 학생들은 원고, 피고, 배심원, 증인 등의 역할이 적힌 명찰을 달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 모의법정 통해 담배 둘러싼 이해관계 학습
이날 모의법정은 2016년부터 서초구가 흡연 예방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서초 청소년 건강해영(Young)’ 프로그램의 일부다. 흡연을 개인의 건강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다양한 사회문제와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학생들은 모의법정에서 역할극을 하며 담배와 관련된 이해관계와 사회적 구조를 배웠다.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인 원고 측이 “담배회사는 담배에 맛이나 향을 넣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주장하자 담배회사 사장인 피고는 “국가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담배를 만들고 판매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피고 측 대리인은 “절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담배 광고를 하지 않으며 성인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보는 청소년은 수가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원고 측은 ‘청소년은 미래의 잠재적 고객’이라고 적힌 담배회사 내부 문서를 증거물로 제출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약 30분의 재판을 마친 후 배심원단은 8 대 1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 대리인을 맡은 이시윤 군(11)은 “담배회사의 판매 활동이 불법은 아닌 데다 피고의 주장이 생각보다 합리적이라 당황했다”면서도 “모의법정을 통해 담배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담배회사 사장 역할을 맡은 천주원 양(11)은 “패소 판결을 받긴 했지만 담배회사가 청소년 흡연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 서울시 “한강공원 금연 조례 추진”
금연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자치구들도 금연 분위기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는 ‘2023년도 금연도시 서울 만들기’ 사업 추진 계획을 내놨는데 조례 개정을 추진해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 자치구별 운영 실적 격차가 큰 금연클리닉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형 표준안’을 만들어 각 자치구 금연클리닉에 적용할 계획이다.은평구는 19일부터 담배꽁초를 주우며 조깅을 하는 ‘담배꽁초 줍깅 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31일까지 5만3100보를 걸으며 담배꽁초를 300mL 이상 줍거나, 5만3100보를 달성하고 구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함께 금연을 시작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준다.
성북구 역시 31일 동소문로 22가길 일대에서 플로깅(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행사를 진행하며 간접흡연의 폐해를 알릴 예정이다. 금천구도 학교, 사업장, 지하철역 등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금연주간 홍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