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반드시 OUT] 젊어지는 중독자… 재활시설 시급 2030중독, 2021년 54%… 12년새 2배, 전문대졸 이상 13%→29%로 급증 중독자 상황따라 맞춤형 치료 필요, 센터 있는 서울-부산外 지역은 소외 “재활센터 늘리고 지원 확대” 목소리
이상준 씨(48)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중독재활센터에서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전공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중독 회복 강사 양성 수업이 없는 날에도 매일같이 센터에 나와 공부한다는 이 씨는 "이곳에서 도움을 받아 마약을 끊었듯 센터를 찾는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21년 5월 23일은 이상준 씨(48)에게 ‘인생 2막’이 열린 날이다. 마약 중독자였던 그는 그날 서울 영등포구 중앙중독재활센터의 문을 처음 두드렸고, 이후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자조 모임에 참여하면서 이 씨는 30년 넘게 자신을 옭아매 온 마약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단약(마약 복용 중단) 2주년을 맞은 그는 현재 센터에서 중독 회복 강사 양성 교육을 받으며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찰청이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절반(49.9%)인 6178명이 재범자였다. 마약 범죄 재범률을 낮추고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단순히 마약사범을 적발,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 체계적 재활 프로그램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 씨처럼 중독재활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중독재활센터가 전국에 2곳뿐이기 때문이다.
● 중독재활센터 전국 2곳뿐… 비수도권 소외
동아일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독재활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람은 815명이다. 이 중 수도권 거주자가 전체의 69%(562명)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거주자 중에서는 69.6%(176명)가 경남권(부산·울산·경남)에 사는 사람이었다. 중독재활센터가 서울(중앙)과 부산(영남권)에만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반면 이 외 지역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중독재활센터에 등록한 마약 회복자 중 광주·전남 지역에 사는 사람는 4명에 불과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에서 확인된 마약 사범은 적발된 것만 778명에 이른다. 마약을 투약했지만 적발되지 않은 사람의 비율, 즉 ‘암수율’이 29배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재활이 필요한 마약 중독자는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젊어지는 중독 환자… 절반 이상이 2030
● 식약처 “17개 시도에 1곳씩 확충 목표”
정부도 마약 재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7월 충청권(대전)에 세 번째 중독재활센터를 열기로 했다. 충청권 중독재활센터는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최근 경향을 반영해 청소년 중심 센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전국 17개 시도에 1곳씩 중독재활센터를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센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운영 중인 센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중독재활센터의 경우 상담 프로그램 운영 첫해인 2018년 99명이었던 한 해 등록자 수가 지난해 626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상담사는 여전히 박영덕 센터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박 센터장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한 탓에 1명이 프로그램 딱 1개씩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중독재활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정신보건복지센터가 전국에 69곳 있다. 중독자들이 입소해 공동생활을 하며 재활하는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도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독재활센터와 다르크를 합쳐도 6곳뿐인 한국에 비하면 30배에 가까운 재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