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반드시 OUT] 이해국 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젊은층, 일탈로 취급 치료 인식 낮아 재활과 연계 않으면 더 큰 대가 치러”
“의료 현장에선 10년 전부터 20, 30대 마약중독자가 늘기 시작했어요. 중독 치료를 의무화하고 재활과 연계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은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부실한 국내 마약중독 치료·재활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년 넘게 중독의학 분야에서 활동하며 마약중독자를 치료해왔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현장에서 체감하는 마약중독은 어떤가.
―젊은 층은 40, 50대 중독자와 다른가.
“젊은 중독자는 액상대마나 LSD(환각제의 일종) 등 신종 마약을 ‘한 번쯤 할 수 있는 일탈’로 생각한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낮다. 신종 마약도 필로폰 못잖게 중독성이 높아서 초기 치료가 꼭 필요한데도 말이다.”
―마약 치료와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 중독을 ‘공중보건’ 문제로 봐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마약 투약 사범에게 치료를 의무화해야 한다. 미국은 사법망에 걸린 중독자에게 법원이나 검사가 거의 무조건 치료를 명령한다. 반면 한국은 치료감호나 치료보호 명령을 받는 마약 사범의 비율이 극히 낮다. 급성 중독과 금단 증상을 치료하고 직업과 주거 등 재활을 돕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전문인력을 늘려야 한다. 마약중독자 1명을 구하려면 의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회복 상담사 여러 명이 필요하다. 미국엔 마약 치료·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한국엔 이런 전문 직군이 없어서 마약 치료 병원에서 오래 일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스스로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구조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중독 재발을 방치하는 것보단 싸다. 미국에선 중독 재발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치료비의 12배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거엔 투약자를 단순히 잡아서 가두는 방법이 통했을지 몰라도 ‘마약 사범 연간 2만 명’ 시대엔 안 된다. 중독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술에도 투자해야 한다. 미국은 연간 약물 오남용 관련 연구 예산이 2조4000억 원인데 한국은 8억 원밖에 안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