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계획표 짜고 실천해 보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다. 실천하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일에 대한 감을 잡게 되고 우선순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처리해 가는 것을 배우게 된다.
계획표는 꾸준히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계획표대로 실천해 보면서 예상했던 시간과 실제 걸리는 시간이 차이 나게 되기도 하고, 우선순위를 잘못 정하면 앞뒤 일을 연결하기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부모는 조언은 하되, 비아냥거리지 않는 것이다. 아이와 의논하는 태도로 “이 시간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식으로 피드백을 준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험 시간표가 발표되었을 때 어느 과목을 먼저 공부해야 하고, 시간을 얼마나 배분해서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시험인 경우 부모는 아이가 시험을 잘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초조해져서 일일이 계획을 짜 주거나 “이렇게, 이렇게 해라” 하고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는 습관을 가지기 어렵다.
처음에는 부모가 자세히 계획표를 짜는 것을 알려주지만, 반드시 아이와 함께 해야 한다. 아이가 좀 익숙해지면 혼자 계획을 세워 보게 한다. 답답하다고 중간에 개입하거나 아이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기다린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했을 때에는 좋은 결과가 나와도 자기가 한 것이 아니라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 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아이가 부모 탓을 할 수도 있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당장 점수를 잘 받게 하는 데 연연해서는 안 된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계획으로 만들고 실천해 보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처음 세웠던 계획을 점검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다음 번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점검한다.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는, 이전에 함께 의논했던 것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기 직전에 아이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