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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근길 뒤흔든 ‘경계경보 오발령’…서울시-행안부 진실게임

입력 | 2023-05-31 09:22:00


북한이 31일 오전 남쪽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가운데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하며 시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곧이어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다시 배포하면서 출근을 준비하던 시민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32분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9분 뒤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경계경보는 적의 지상 공격 및 침투가 예상되거나 적의 항공기나 유도탄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경보로 공습경보의 전 단계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오전 7시 3분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행안부 측에) 인천 지역에 (경계 경보를) 발령해달라고 요청이 왔다”며 “경계경보 발령은 지자체도 할 수 있지만, 이미 백령도를 넘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할 필요가 없었는데 잘못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은 우주발사체 발사 영향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경계경보 발령 대상 지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설명은 달랐다. 오전 6시 30분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란 지령을 서울시에 발송했고, 이에 따라 경계 경보를 발령하고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가 통보받은 내용을 기준으로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에 재난 문자메시지 발송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고 재난안전상황실이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며 “오전 7시 25분 상황 확인 후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오발령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지령은 17개 시도가 모두 받았다”며 “백령면, 대청면 중 경보를 수신하지 못한 지역에 자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리라는 것이지 관계 없는 지역에 전부 발령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가 오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행안부가 엇박자를 내면서 출근길을 준비하던 시민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며 큰 혼란에 빠졌다. 여의도 직장인 박모 씨(27)는 “아침에 출근을 준비해야하는 건지 대피 장소를 찾아야하는 건지 걱정하던 차에 ‘오발령’이라는 문자를 받고 순간 화가 났다”며 “경기도에 사는 동료들은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중요한 문자를 모바일 청첩장 보내듯 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