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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업무협약 ‘남발, 활발?’ 설왕설래…중요한 건 ‘결실’[디지털 동서남북]

입력 | 2023-05-31 10:24:00



동아일보 사회부에는 20여 명의 전국팀 기자들이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전국팀 전용칼럼 <동서남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독자들에게 깊이있는 시각을 전달해온 대표 컨텐츠 입니다. 이제 좁은 지면을 벗어나 더 자주, 자유롭게 생생한 지역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동서남북>으로 확장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면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 등 뉴스의 이면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부산시가 기업 등 외부 기관과 맺는 업무협약이 부쩍 늘었다. 이를 두고 치적을 홍보할 목적으로 협약을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소리가 요란한 것과 달리 투자유치 등 눈에 띄는 성과는 미비하단 쓴소리도 나온다.

반면 부산시의 적극 행정을 칭찬하자는 주장도 있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만큼 행정지원 등을 내 건 ‘당근’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능동적인 태도를 폄훼하기보다는 격려해야 부산에 도움이 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펼친다.

부산시가 2021년 8월 ㈜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 소더비부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이들 업체는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부지를 매입해 지하 4층~지상 9층 연면적 7만2000㎡ 규모의 ‘소더비 부산’을 설립하겠다고 밝혔고 시는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업체는 유명 미술 작품을 전시·판매하면서 첨단 기술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갖춘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부산시 제공


실제 변화는 숫자로 쉽게 확인된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10년간 외부 기관과 체결한 각종 업무협약은 총 917건이다. 이 중 박 시장이 취임한 2021년 4월부터 체결한 건 전체의 40%가 넘는 380건에 달한다. 22개월 동안 월 평균 17건, 즉 이틀에 한 번 꼴로 업무협약을 맺은 셈이다.

비판의 활시위를 당긴 건 이른바 ‘소더비 협약’이다. 2021년 8월 부산시는 ㈜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현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 소더비부산㈜(현 동부산컨셉트테마파크㈜) 등과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테마파크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3자 협약을 맺었다. 세계적 경매브랜드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큰 관심이 일었지만, 협약 직후 소더비그룹이 “부산시와 협약 맺은 소더비국제부동산은 자사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협약 자체가 우스꽝스러워졌다. 결국 경기침체, 투자 불이행 등의 이유로 최근 무산됐단 소식이 들려왔다. 부산시가 업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올 2월 부산시청에서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왼쪽)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이날 파나시아는 109억 원을 투입해 ‘탄소저감을 위한 원스톱 전문 센터’를 연내 짓기로 하고 시는 부지 제공을 약속했다.  250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약속한 파나시아는 이달 16일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서 센터 기공식을 열었다. 부산시 제공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8월 시는 가상자산거래소 에프티엑스(FTX)와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역시 백지화됐다. 같은 해 11월 FTX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상을 감지한 가상자산 관련 단체가 경고 메시지를 줬는데도 시는 알아채지 못했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는 “전시행정을 위해 행정력을 낭비했다”고 날을 세웠다.

물론 약속대로 이행 중인 업무협약 사례가 더 많다. 업무협약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다. 또 행정 기관이 특정 업체의 속을 다 들여다볼 수도 없다. 허나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업무협약보다 훨씬 큰 신뢰도를 갖기 때문에 행정기관은 업무협약에 큰 무게감을 가져야한다. 자칫 선량한 투자 피해자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업무협약을 두고 ‘남발’이냐 ‘활발’이냐 논쟁을 벌이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약속한 대로 지역을 위해 좋은 결실을 맺느냐가 핵심이다. 여전히 부산에선 매년 1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난다. 그만큼 경제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발전이 시급하다.
시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등 부산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한 시민은 “요즘 부산시가 뭔가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박 시장이 온 뒤로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그러기에 업무협약을 두고도 날선 비판과 기대가 공존하는 게 아닐까.

엑스포도 마찬가지다. 11월 유치에 성공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부산 입장에선 유치 과정 자체가 좋은 기회다. 지금처럼 부산시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 정상급 인사들을 두루 만날 기회는 없었다. 무게감이 다른만큼 해외 순방 기간 논의된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은 실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가 시민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게 될지, ‘용두사미‘란 오명을 쓰게 될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