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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월에 쏜다던 위성 31일에 발사한 이유는…‘긴급 결정’ 가능성

입력 | 2023-05-31 14:50:00

서해 위성 발사장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오는 6월에 곧 발사’할 것이라고 했던 앞선 예고와 달리 31일 오전 이름 시간에 실제 발사에 나서면서 ‘일정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와 일본에 통보한 정찰위성 발사 기간은 이달 31일부터 6월11일 사이였다.

그러나 통보 직후인 지난 30일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자위력 강화 입장’에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오는 6월에 곧 발사”할 것이라고 ‘6월 발사’를 언급했다.

이에 북한이 5월31일이 아닌 6월에 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기상 상황도 6월 초가 비교적 쾌청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5월보다는 6월이 유력한 발사 시기로 지목됐다.

하지만 북한은 예상을 깨고 31일인 이날 오전 6시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 표면적으로는 공언한 내용을 스스로 지키지 않은 셈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일종의 기만전술을 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처음부터 31일 발사로 준비를 해왔지만, 리 부위원장이 ‘6월 발사’를 언급하면서 5월31일에는 발사하지 않을 것처럼 주변국의 긴장을 낮췄다가 기습 발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광명성 2호’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도 14명의 전투기 조종사를 작전에 투입해 ‘폭격’에 대비하는 동향을 보이는 등 위성 발사와 관련해 나름의 ‘보안’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혹은 긴급하게 일정을 변경해야만 하는 사정이 발생해 31일 발사로 결정됐을 수도 있어 보인다. 기상 상황이 변수인 위성 발사에서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가 예고돼 일정을 앞당겼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일본으로 북상 중인 태풍 ‘마와르’를 신경 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위성 발사가 실패로 귀결되면서 북한이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친 모양새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는 북한군의 공식서열 2위인 리 부위원이 자신의 말을 스스로 지키지 않은 셈이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만 그가 정찰위성 개발에 얼마나 깊게 관여한 인사인지 불명확하고, 그의 입장문이 위성 발사를 공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미를 비난하면서 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왔다는 점에서 리 부위원장이 입장문에서 언급한 ‘6월 발사’가 반드시 정확한 일정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위성 발사를 포함해 현 정세의 대략적인 상황을 짚기 위해 수사적인 표현을 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에도 대체로 국제기구에 통보한 일정 초반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가 ‘특이한 동향’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6년 2월7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을 때는 당초 발사 일정 2월7~14일로 통보했고, 지난 2012년 12월12일 ‘광명성3호-2호기’를 발사했을 때는 12월10~22일로 일정을 통보한 바 있다.

(서울=뉴스1)